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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청주 금천초등학교 교감

아이들의 싸움은 다양하다.

그 중에서 욕설 때문에 발생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쉬는 시간에 욕한이와 때린이가 서로 엉켜 붙어 싸우고 있었다.

둘을 떼어 놓았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때린이가 욕한이를 때렸다는 것이다.

먼저 때린이한테 물었다. "왜 욕한이를 때렸니."

"저한테 욕을 했어요. 지난 번에도 우리 엄마 욕을 했어요. 그래서 때렸어요."

"어디를 때렸는데…." "주먹으로 얼굴을 때렸어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봐." 이제 욕한이한테 물었다.

"왜 때린이한테 욕했니." "공부 시간에 지우개를 허락도 없이 가져가고 돌려주지 않아서 욕했어요."

"지우개를 돌려달라고 말로 했어야지."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내 지우개를 마음대로 가져가서 이번에는 참을 수가 없었어요."

교실에서 흔히 발생하는 장면이다. 어떻게 대화를 풀어가야 할까.

서로 잘못을 했으니 사과하라고 하면 진심으로 그렇게 할까. 아니 서로 화해를 했더라도 그 앙금이 쉽게 사라질까.

책상 위에 사탕 한 봉지가 눈에 들어 왔다. 때린이한테 물었다. "이거 선생님 사탕인데, 너한테 선물로 줄까." "싫어요. 단 것은 안먹어요." 단번에 거절을 하였다.

"하나만 더 묻자. 선생님이 너한테 사탕을 선물로 주었는데, 안받으면 이것은 누구 거냐." "선생님 거요!" 이제 부터는 나름 쉽게 접근을 할 수 있다.

욕한이가 때린이한테 욕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그런데, 때린이가 욕한이의 욕을 선물로 받지 않으면 욕은 누구의 것이 되는가. 바로 욕한이의 것이 되는 것이다.

때린이가 욕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설명을 하였더니, 때린이는 '안받기 위해 노력해 보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싸웠을 때 교사가 억지로 사과를 시키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싸울 수 있다.

따라서, 사전에 많은 상황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여 아이들의 상담과 대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며칠 후에 때린이가 찾아 왔다. "선생님, 욕한이가 계속 욕했어요. 안받을려고 하는데도 쉽게 안돼요. 어떻게 하면 좋아요." 얼굴은 이미 화난 표정이다.

"그래서 연습이 필요한 거다. 너는 욕을 들을 때 마다 계속해서 선택을 해야 한다. 욕을 받고 때릴 것인가, 욕을 안받고 편하게 지낼 것인가."

때린이한테 지금까지 욕 안받는 연습을 몇 번 정도 했냐고 물었더니 서너번 된다고 하였다.

"처음부터 쉽게 연습이 잘 되면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싸우겠니, 그래도 스스로 연습을 했다는 자체만으도 잘한 일이야." 때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섰다.

지금까지 옆에서 지켜보던 욕한이가 "저한테는 왜 아무말도 안해요, 저는 욕하는게 나쁘다고 것도 알고 안하려고 노력은 하는데 그게 잘 안돼요." 무엇인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1년 전에도 이렇게 욕을 잘했냐고 물었더니 최근에 많이 늘었다고 한다. "그러면 전부 너의 잘못만은 아니야. 주위의 상황이 너를 그렇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마 넌 인터넷이나 친구, 형들에게 배웠을 거야." 욕한이가 그렇다고 인정을 하였다.

"오늘부터 네가 욕을 하게 되면 그 욕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아봐야 해. 그리고 왜 내가 욕을 하는지 깊이 고민해 봐. 너는 지금부터라도 그렇게 연습을 할 수 있을까.

화가 났을 때 욕을 할 것인지 안할 것인지 선택은 네 스스로 해야 돼. 욕을 한 후, 그만한 댓가를 받을 각오를 해도 되지만, 그것은 너에게 나쁜 습관이 돼. 그러나 네가 욕을 할 때마다 그 원인을 찾는 연습을 하게 되면 좋은 습관이 된다. 공부도 자꾸 그렇게 원인을 찾고 분석하는 습관을 들이면 재미있게 할 수 있어. 어떠한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생각은 너를 좋은 쪽으로 이끌 수 있어." 욕한이의 환한 얼굴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사람은 하루를 보내면서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된다. 즐거운 때, 화날 때, 슬플 때 등 그때마다 무엇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면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여기서 무엇인가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여 결과를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집안에 있는 경우가 많다. 심심하고 답답하다. 그 동안 읽지 않았던 책이라도 꺼내 보고, 배우고 싶었던 악기도 만져 보고, 그림이라도 그려 보자.

오랜만에 스마트폰에 담겨 있던 사진을 모아 음악과 자막을 넣어 동영상 파일을 만들었다. 첨단기술의 덕분인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코로나 때문에 뜻하지 않은 선물(?)을 챙겨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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