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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야간근무의 어려움은 경험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다. 사람의 뇌에는 생체시계가 있는데,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통해 낮과 밤을 구분하고, 인체의 시간을 맞춘다고 한다. 호르몬에 의하여 이 시계가 작동하는데, 주간에는 코르티솔이라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고 저녁에는 감소하여 신체기능을 활성화시키고, 저녁에는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이 분비되기 시작하여 증가하다가 아침에 감소하여 신체에너지의 이용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은 원래 주간에 활동하고 야간에는 휴식하고, 취침하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생체시계와 반대로 근무해야 하는 야간근무자는 근무종료 후 주간에 잠잘 때는 코르티솔이 분비되어 긴장도가 높아지고, 긴장하여 근무해야 하는 야간에는 멜라토닌이 분비되어 오히려 무기력해진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DNA 구조를 손상시키고, 이로 인하여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암, 심혈관질환, 면역질환 등 심각한 만성질환에 걸릴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보건기구는 수면부족을 산업사회의 고질병으로 선언한 바 있고, 국제노동기구는 야간근무를 납이나 자외선과 같은 2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야간근무를 법으로 제한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필란드의 경우 '노동시간법'으로 야간노동을 제한하고 있는데, 밤 11시부터 아침 6시 사이에 최소 3시간 이상 노동하는 경우를 '야간노동'이라고 보고, 이 야간노동이 가능한 직종은 경찰과 병원으로 한정하고 있고, 제조업의 경우 새벽 1시 이후 야간노동을 하게 하려면 반드시 3개 이상의 교대조를 운영하여야 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야간노동을 없애기 위하여 벌써 오래전에 주간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여 심야근무를 하지 않는 기업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업체 2만 곳 이상에서 교대근무를 운영하고 있고, 이 중 70.7%가 설비와 시설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하여 주야간 2조 2교대 형태의 근무를 한다고 한다. 4차산업혁명시대이고, 스마트산업시대라고 하지만 아직도 많은 근로자들은 철야근무를 하는 상황이다. 법은 야간근무에 대한 할증임금 외에, 야간근무를 제한하는 법률은 없다. 야간임금을 할증해 주는 제도는 오히려 야간근무를 부추기는 제도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일률적인 제한은 어렵겠지만 야간근무를 할 수 있는 근로자의 연령이나 시간을 제한한다든가, 야간근무자의 건강을 더욱 강도 높은 건강검진 시스템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 야간임금을 더욱 할증하여 야간노동의 효과성은 낮추고, 주간근무시간에 집중하여 근무함으로써 야간근무를 할 필요가 없게 하면 어떨까. 다소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하여도, 인간적인 삶의 보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이나 소방업무는 야간근무를 반드시 해야 한다. 오히려 주간보다 야간에 처리해야 할 업무가 더 늘어난다. 예를 들어 강도 성폭력범죄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주요범죄는 절반이상이 야간에 발생한다. 발생한 범죄의 해결을 위해서, 그리고 범죄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야간에도 주간 이상으로 근무해야 한다. 야간근무가 필수적인 이들에게 야간근무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연령, 야간근무총량, 건강상태 등 야간근무를 할 수 있는 조건을 정한다든가, 야간근무 후 충분한 휴식을 보장해야 한다. 야간근무에 대한 보상을 현행법 규정에 따라 지급해야 하며, 그것보다 먼저 경찰관들의 임금은 높은 근무강도를 반영하여 현재는 공안직보다 낮은데, 그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경찰업무의 최일선은 흉기를 들거나 음주한 범인을 제압하여야 하고, 때로는 경찰관을 향한 공격을 방어하여야 하며, 방어에 실패하면 엄청난 피해를 당할 수 있는 위험한 현장이다. 위험에 처한 시민을 구하기 위해 내가 그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위험한 업무에 대하여 임금을 통한 정당한 보상과 업무수행과정에서의 합리적 비용의 지급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업무차 출동한 경찰관부대의 대장이 언제까지 인근 식당에서 밥값을 깍아달라고 해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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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