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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순 두리두리영농조합 대표 인터뷰

"세계에서 '두루두루' 사랑받는 K된장 목표"

  • 웹출고시간2020.11.19 21:07:46
  • 최종수정2020.11.19 21:28:29
ⓒ 김태훈기자
[충북일보] 단풍으로 물든 가을 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산기슭 도로변을 얼마나 달렸을까. 해발 350m쯤 이르니 '심순섭 할머니 된장'이라고 쓰인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말간 가을 햇살이 600여개의 빼곡한 항아리 위로 뭉근하게 부서져 내린다. 항아리 속 장맛이 궁금해질 즈음 박해순 두리두리영농법인 대표가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마침 콩을 삶고 있었다는 박 대표는 커다란 솥 세 개가 있는 작업실로 안내했다. 커다란 나무주걱으로 솥 안을 휘휘 저으니 모락모락 피어나는 김과 함께 구수한 콩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 김태훈기자
◇햇살·바람 맞은 상황버섯 된장

장(醬)맛은 시간의 길이와 비례한다는 말이 있듯 햇살과 바람을 맞으며 인내의 시간을 견딘다.

"사람도 오랫동안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 아름다워지듯 된장도 오랜 시간 정성껏 관리하다 보면 맛이 더 깊어지죠. 엄선한 콩을 지하 150m 청석 암반층에서 추출한 물로 씻어내고, 가마솥에 씨된장을 넣고 삶아서 만든 메주를 볏짚으로 띄워요. 그 다음 4년간 간수를 뺀 전남 해남산 천일염으로 된장을 담그고 장독에 상황버섯 추출물을 넣어 5년간 숙성시키면서 3년에 한 번씩 덧장을 해요."

상황버섯 균사체를 포함한 상황버섯 된장은 명약(名藥)에 버금간다. 맛도 뛰어나지만 일반 제품보다 항암 성분인 ODI, 베타글루칸, 아미노산, 식물성 단백질 함량이 월등하고 나트륨 함량은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된장물을 마시며 자랐다는 박 대표는 어머니인 심순섭 할머니에게 된장 담그는 법을 배웠다. 처음에는 된장 담그는 일이 사업이 될 줄 몰랐다. 큰 아들을 따라 미원면 대신리에 정착한 어머니는 자식들과 지인들이 오면 직접 담근 장을 퍼주곤 했다. 어머니의 장맛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약된장을 담가달라는 부탁이 잦아졌다.

그러다 어느 날 박 대표의 큰 오빠가 갑자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작은 오빠가 심 할머니를 모시게 됐다. 박 대표가 본격적으로 된장 사업에 뛰어들게 된 계기다.

두리두리영농법인은 2008년에 꾸려 2009년 사업자등록을 냈다. '두리두리'는 순우리말로 모두 다, 전부 다라는 의미의 '두루두루'에서 착안했다. 말 그대로 '두루두루 잘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지었다. 최근 중국 시장에 진출하면서 한자로 '두리(豆里)' 즉, '콩 마을'이라고 소개할 기회가 생겨 더욱 빛을 본 이름이기도 하다.
◇'K-된장'과 한식의 세계화

박 대표는 연간 대두 40~80가마로 4~8t가량의 상황버섯 된장을 생산한다. 2018년 전국친환경농산물품평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으면서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중국의 유기농 인증도 획득했다.

독일에서도 박 대표의 된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박 대표는 2018년 2월 충북도기업진흥원을 통해 괴산유기가공식품산업육성사업단과 함께 독일 뉘렌베르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유기농박람회(BIOFACH 2018)에 참가했다.

박 대표는 당시 독일 음식소개 작가 5인에 선정된 Claudia Zaltenbach씨가 집필한 'miso'에 자세히 소개되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작가를 한국으로 초대했어요. 한국의 장맛을 제대로 알려주기 위해서였죠. 며칠간 머무르면서 일본의 '미소'가 아닌 대한민국 '된장'의 깊은 맛을 맛본 그 친구의 반응이 긍정적이었어요. 곳곳의 맛집멋집을 소개해 줬는데, 특히 속리산 법주사가 인상 깊었는지 책에도 사진을 실었더라고요."
박 대표는 일본의 '미소' 문화를 소개한 책에 유일한 대한민국 '된장' 페이지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뿌듯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한류의 영향으로 '웰빙' 한식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아직 갈 길이 먼 현실을 깨달아서다.

박 대표는 된장 등 전통식품을 기본으로 한 '한식의 세계화'를 오랜 시간 꿈꿔 왔다. 최근에는 꿈을 현실화하기 위해 한식협회 충청도연합회장을 맡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K-장(醬)맛'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한 활동인 셈이다.

"짜장면데이·발렌타인데이 등 다양한 기념일이 있지만 '한식의 날'은 없어요. 숟가락·젓가락 모양을 딴 9월 11일을 '한식의 날'로 제정하기 위해 한식협회 관계자들과 열심히 머리를 맞대고 있죠. 서울 광화문에서 8년째 한식 대가 300여명이 모여 진행하는 한식세계화포럼에도 참석하고 있어요."

박 대표의 포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0여년째 어르신들을 모시고 된장으로 만든 식사를 대접해 온 박 대표는 '된장 학교'를 설립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인근 폐교를 활용해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무료로 된장 담그는 법을 알려주면서 후계자를 양성하는 복안이다.
◇태양광사업 초석… '농촌의 도시화' 목표

박 대표의 푸근함은 자연스럽게 주민들의 삶 속에도 녹아들었다. 처음 귀촌했을 당시엔 주민들과 어울리기 힘들었다. 이내 가까워졌다고 느꼈을 즈음에도 보이지 않는 벽이 있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베풀었다. 된장 나눔부터 어르신들의 사소한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동네 민원 해결까지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박 대표의 정성도 통했다.

2016년 한 사업가가 마을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당시 정부에서 미원면을 태양광 특구지역으로 지정한 이후였다. 박 대표는 사업 취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연결만 해줄 요량이었다. 그러나 사업 제안 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들을 감지하면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주민들도 박 대표가 사업을 맡아 추진해주길 바랐다. 결국 주민 뜻대로 직접 태양광 사업을 맡게 됐다.

"농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 뛰어들었는데 태양광발전소 건립 허가 과정이 꽤 복잡하더라고요. 사업을 접어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들었어요. 그런데 주민들이 직접 관할 지자체를 찾아 빨리 허가를 해달라고 나서 줬어요. 공무원들도 놀랐죠. 저를 믿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거라는 걸 알고 더욱 큰 책임감이 들었죠."

주민들의 협조로 대신리 66만㎡ 부지에 1차로 6㎿급 태양광발전소가 들어섰다. 2차로 4㎿급 시설이 증설될 예정이다. 이는 충북 최대 규모다. 박 대표가 청주시에 기부채납한 7억 원은 마을 입구부터 안쪽으로 이어진 도로폭을 확장하는 데 쓰였다.

박 대표는 '농촌의 도시화'를 꿈꾼다. 1차산업부터 4차산업까지 아우를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이 농촌에 있다고 확신한다. 두리두리영농조합과 된장 학교, 태양광발전소까지 새로운 형태의 수익모델을 개발해 사람들이 몰려드는 복합문화마을로 조성하는 게 목표다.

"귀농·귀촌을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자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마을을 이곳에 실현하고 싶어요. 어머니가 항상 강조하신 게 있어요. 남에게 주는 선물은 내게 제일 귀한 것들로 채워야 한다고. 앞으로도 더하기보다 나누기를 실천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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