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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경제활동 참여… 장애인 복지의 시작

SK하이닉스 자회사 행복모아
방진복류 세탁·제조·유통
발달장애인 238명 고용
경제자립·생활향상 지원
가정·사회 부담도 해소
"양질의 일자리 제공해 삶의 질 높이도록 노력

  • 웹출고시간2020.11.05 20:56:34
  • 최종수정2020.11.05 20:56:34

편집자

복지(福祉)의 사전적 의미는 간단하다. 국립국어원은 복지를 '행복한 삶'으로 정의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 그 것이 바로 복지라는 의미다. 개인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해 노력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개인 차원에서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 이에 정부·지자체는 복지정책을 통해 각 개인, 주민의 행복한 삶을 돕는다. 지역 주민의 복지를 위해 노력하는 주체는 또 있다. 바로 지역에 뿌리내린 기업이다. 각 기업은 지역민들의 협조와 지원으로 발전하고, 그에 화답하는 의미로 각종 사회환원 사업을 진행한다. 청주시민을 비롯한 충북 도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성장한 SK하이닉스가 지역 복지를 위해 화답한 사업 중 하나는 '행복모아'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8년 5월 청주에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를 준공해 지역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행복모아를 통한 복지사업의 대상은 사회에서 소외된 장애인들이다. 지역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사업과 함께 장애인의 사회진출 통로 역할을 해내고 있는 행복모아를 찾아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행복모아의 장애인 근로자가 방진화 세탁.건조 작업을 하고 있다.

ⓒ 행복모아
[충북일보] 직장생활을 하는 누구나가 그러하듯 해가 뜨기 전 눈을 뜬다.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옷을 입고 집을 나선다.

부모님은 "오늘도 잘 다녀오라"며 인사를 건넨다. 꾸벅 인사를 하고 나와 통근버스에 오른다. 통근버스가 어둠을 헤치며 새벽길을 달린다.

아침 해가 떠오를 즈음 회사에 도착한다. 옷을 갈아입고 작업장으로 향한다.

우리 주변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그 누군가의 평범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 '평범함'이 쉽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지역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이지만 '경제활동'에서 배제된 장애인들이다.

SK하이닉스의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행복모아' 전경.

ⓒ 행복모아
지난 2019년 기준 국내 15세 이상 장애인구는 252만6천여 명이다. 이 가운데 경제활동(취업자+실업자)을 하는 장애인 수는 94만1천여 명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은 37.3%에 그친다.

같은 해 국내 15세 이상 전체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63.3%다. 장애인 경제활동참가율이 26%p 낮은 실정이다.

개인이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에 동참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활동한다는 자부심은 물론, 개인적으로는 자아 실현과 함께 급여를 통한 가계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일자리는 경제적 자립·생활향상으로 이어진다. 장애인이 일자리를 갖는다는 것도 물론 같은 의미다.

SK하이닉스가 집중한 사회적 가치가 바로 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를 설립해 장애인들도 '평범한 그 누군가'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행복모아의 장애인 근로자들이 세탁 된 방진복을 포장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 행복모아
행복모아는 장애인도 충분히 소비 뿐만 아니라 '생산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

행복모아는 SK하이닉스 청주·이천 공장에서 사용되는 방진복, 방진모, 방진화 등을 세탁하는 사업을 담당한다. 월 평균 55만~60만 장을 처리한다.

이 외에 방진복과 액세서리 등을 제조하고, 장갑류와 와이퍼류를 유통하기도 한다.

SK하이닉스는 취업률이 현저히 낮은 지적·자폐 등 중증 발달장애인을 중심으로 고용했다.

2018년 행복모아 준공 당시 지역 내 장애인 120여 명을 고용했다. 준공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현재는 두 배로 증가한 238명의 장애인이 행복모아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여기에 55세 이상 준고령자와 경력 단절 여성 등 취업취약계층 6명도 고용했다.

행복모아는 장애인을 위한 공장시설인만큼 장애인 편의에 집중했다. 준공 전인 2018년 3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을 뜻하는 BF(Barrier Free) 최우수 등급을 획득했다.

SK하이닉스는 '안전하고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외에도 장애인 복지를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했다.

매주 2시간씩 중증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직장예절, 성희롱 예방, 대인관계, 스트레스 관리 등의 자립지원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는 핸드볼, 볼링 등 7개 동아리가 운영됐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를 감안, 허브·수중식물 등 비대면 원예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또 충북보건과학대학교와 연계된 국내 최초 민관학 발달장애인 프로그램, 일환경건강센터와 함께하는 월 2회 맞춤형 건강 지원 프로그램도 있다.

특히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공헌 활동을 펼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고 긍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행복모아의 장애인 근로자가 방진복류의 세탁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 행복모아
SK하이닉스의 장애인 표준사업장 행복모아는 지역 장애인에 대한 복지 외에도 가정·사회의 부담을 해소하는데 일조한다.

우선 장애인들이 가정의 테두리를 벗어나 '출근'을 하게 되면서 보호자의 시간과 비용이 감소한다. 보호자는 장애인 가족 구성원에게 할애하던 시간과 비용을 개인·가계를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사회적으로는 행복모아에 출근하는 장애인에 대한 중증장애인 활동보조인 지원을 줄여 타 중증장애인에 대한 지원 확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행복모아 경영지원 부서의 이지연 사회복지사는 "행복모아는 단순 노무 업무 중심으로 고용되는 장애인들을 위해 직무개발(방진복 세탁, 제조 등)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장애인들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애인 근로자들이 어엿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인터뷰] 언더웨어 부서 김태연씨·방진복 부서 조연호씨

"꿈이 생겼습니다. 미술학원을 다니면서 그림을 배워 웹툰 만화가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행복모아 언더웨어(내복) 부서에서 근무하는 김태연(여·25)씨는 일을 하면서 많은 삶의 변화를 겪었다.

더 부지런해지고 타인과 어울리며 사회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알게 됐다. 행복모아에서 함께 일하는 동료와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을 김씨 삶의 활력소가 됐다.

김씨는 세탁된 언더웨어류를 포장하는 일을 한다. 지난 2018년 행복모아 가동 당시부터 일한 '터줏대감'이자 '베테랑'이다.

김씨는 "이제는 거의 자면서도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행복모아 방진복 부서에서 근무하는 조연호(22)씨의 삶도 달라졌다. 조씨는 김씨와 마찬가지로 3년째 행복모아에서 일하고 있다.

조씨는 "열심히 일하는 만큼 보람이 넘친다. 행복한 마인드를 갖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자리가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김씨와 조씨는 행복모아에서 일을 하면서부터 더 큰 꿈이 생겼다.

김씨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지금 영어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미술학원도 다니고 싶다"며 "그림 그리는 것을 배워서 웹툰 만화가에 도전하고 싶다. 웹툰을 그리면서 유튜브도 할 생각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 보고 싶은 일은 다 해 볼 생각이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 모르겠지만, 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씨의 꿈이 '웹툰작가·유튜버'라면, 운동을 좋아하는 조씨의 꿈은 '사회복지사'다.

조씨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공부할 생각"이라며 "내년이나 내후년 대학교에 입학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딸 것이다. 나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운동을 좋아한다. 회사 내에서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데,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돼 아쉽다"고 했다.

행복모아 근로자들은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다는 즐거움 외에도 동료·사회복지사들과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김성남 반장은 생일을 챙겨줬고, 복지사들은 몸이 아플 때 같이 병원에 가고 걱정해 줬다"며 "낯가림이 심한 편인데 행복모아 속에서 점점 웃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씨는 "김순애 조장과 주부사원,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일하는 게 즐겁다"며 "가족같이 느껴지는 분위기라서 항상 밝은 모습으로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복모아의 '분위기 메이커' 조씨는 지난 2019년 처음 수여된 '행복모아상'을 받는 장본인이기도 하다.

행복모아는 2019년부터 핵심가치인 '함께하자, 사랑하자, 노력하자'에 각각 부합하는 사원에 대해 분기마다 포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1년을 통틀어 최고상인 '행복모아상'을 수여했다.

조씨는 "'신나면 신나는대로, 즐거우면 즐거운대로, 행복하면 행복한대로, 열정있으면 열정 있는대로 일하자'는 마음을 갖고 지금까지 계속 일했다"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게 조금 힘들지만, 그만큼 보람 있는 직장이라 무척 좋다"고 말했다.

/ 성홍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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