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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의 그늘 ①감염병보다 두려운 굶주림

"라면으로 한끼…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청주 공공·민간 무료급식소 28곳 임시폐쇄
반찬·도시락 전환… 행정 사각지대 불가피

  • 웹출고시간2020.09.22 20:45:45
  • 최종수정2020.09.22 20:45:45

편집자

코로나19 팬데믹이 할퀸 상처는 생각보다 깊었다.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았지만, 고통은 평등하지 않았다. 당장의 감염병보다 무서운 게 '허기(虛飢)'인 사람들은 꼼짝없이 배곯을 위기에 처했다. 복지사각지대 현황과 현장 일선의 고충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22일 코로나19 장기화로 무료급식소를 포함한 전체 시설을 무기한 운영 중단한 청주시 상당구의 한 노인복지관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 유소라기자
[충북일보] "하루에 두 끼 챙기면 다행이지. 이틀 건너 한 끼씩 먹을 때도 있고."

청주시 상당구에 거주하는 최모(76) 어르신은 라면으로 아침을 때우기 일쑤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인근 복지관 무료급식소에서 한끼 정도는 해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발길을 끊었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무료급식소들이 줄줄이 문을 닫은 탓이다.

어르신이 이용했던 노인복지관 내 무료급식소는 복지관 회원으로 등록하면 무료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감염병 확산 우려에 운영 중단 조치가 내려지면서 도시락과 밑반찬을 가정으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으로 변경됐다.

22일 청주시 상당구의 한 민간 무료급식소가 운영 중단 조치에 따라 문이 굳게 잠겨 있다.

ⓒ 유소라기자
하지만 어르신은 도시락과 밑반찬 같은 가정 배달 지원을 받을 수 없다. 기존 지자체 복지대상자로 등록되지 않아서다.

하루하루 때워야 하는 끼니도 걱정이지만 특히나 추석 명절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몰아치는 헛헛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차라리 명절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어르신에게는 지척에 사는 아들과 두 딸이 있다. 일년에 두어번씩 찾아오는데 최근엔 찾아뵙기 어려울 것 같다고 연락이 왔다. 뇌졸중으로 쓰러져 2년 가까이 요양원에 입원해 있다는 부인은 감염 우려 때문에 면회조차 쉽지 않아 생이별을 해야 할 처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취약계층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나 이들에겐 당장 감염보다 생존이 걱정이다. '감염병보다 배고픔이 무섭고, 배고픔보다도 더 괴로운 건 외로움'이란 말까지 나온다.

22일 청주시에 따르면 8월 기준 청주지역 무료급식소는 공공시설 19개소(1천696명), 민간시설 9개소(1천300여명)다. 이들 공공·민간시설 28개소는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조처로 현재는 모두 문을 닫은 상태다.

관할 구청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선 해당 시설 이용자 가운데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 장애인, 홀몸노인 등 복지대상자로 등록된 경우 도시락과 밑반찬 배달 혜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등록된 복지대상자에 한해 이뤄지고 있는 지원이어서 무료급식소에 의지했던 수백명의 이용자들은 꼼짝없이 굶주릴 처지에 놓였다.

급한대로 직능단체가 나서 이따금 과자, 라면, 통조림 등이 담긴 상자를 나눠주고는 있지만 이 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각계각층에서 기탁한 온정의 물품도 이들 사각지대까지 전해지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복지시설 관계자의 전언이다.

상당구의 한 민간 무료급식소 관계자는 "수년간 매일 많게는 수백명 이상에게 무료 급식을 해왔다"면서 "어디에선가 끼니를 거르고 계실 어르신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에게 제공하는 무료급식소 특성상 밀접 접촉이 이뤄질 수밖에 없어 지자체에서도 배식 중단을 조심스럽게 타진한 것으로 안다"며 "하루빨리 정상 운영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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