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출범

김정훈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선진외국의 경찰은 이미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을 결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반공무원들도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운영할 수 있는데, 이와 별도로 직장협의회를 설립 운영할 수도 있다. 특정직 공무원인 경찰관이나 소방관은 노동조합이나 직장협의회의 설립 운영이 제한되어 있었는데, 공무원직장협의회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어 지난 6월부터 경찰공무원이나 소방공무원도 직장협의회를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직장협의회는 공무원들의 복무상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각 기관별로 결성된 협의기구이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하여 사용자와 근로조건 등에 대하여 협의를 한다. 공무원들의 경우는 이와는 별도로 직장협의회를 두어 소속기관의 장과 근무환경개선이나 업무능률향상, 직원들의 고충처리, 그 밖의 기관의 발전에 관한 사항 등을 협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한 달 동안 각급 경찰관서에서는 직장협의회를 설립하기 위한 준비와 출범을 위한 행사가 많았다. 경찰관 직장협의회 출범에 대한 언론기사는 기대와 우려를 함께 나타냈다. 경찰관의 임무가 국민의 생명과 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는 일인데, 이토록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경찰관들에게 직장협의회를 설립 운영하게 하여 임무완수에 문제는 없을까 하는 우려와, 직장협의회 운영으로 활발한 의사소통과 고충의 해결, 근무여건 개선 등을 통하여 오히려 임무의 완벽한 수행에 많은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가 함께 있는 것으로 안다.

경찰의 업무는 위험에 대처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업무 자체가 대단히 위험한 경우가 많다. 범죄의 현장에서 범인을 제압하고 검거하는 것이 그렇고, 위험에 처한 국민을 구출하는 것도 그렇고, 주야를 불문하고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고처리를 하는 것이나,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도로상에서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그렇다. 위험한 업무를 위험이 수반되지 않게 하려면 장비를 갖추어야 하고, 업무처리방법에 대한 매뉴얼을 정비하고 숙지하여야 한다. 위험현장에서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 거기에 필요한 장비,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에 대하여는 그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당사자들이 가장 확실하게 숙지하고 있을 것이다.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장비의 개발이나 법령의 정비에 반영한다면 현실성이 높은 장비가 될 것이고, 법령이 될 것이다. 이는 근무여건이나 사무공간의 개선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래서 일선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제안제도가 있고, 건의제도가 있지만, 경찰공무원 직장협의회 운영은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본다.

경찰기관의 직장협의회 운영은 조직 내부의 민주성 제고에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직장협의회를 통하여 수평적 의사소통을 통한 의견취합과 전달, 진행과정에 대한 모니터링 등이 문제의 발견과 해결을 위한 노력이고, 민주적 조직운영의 방법일 것이다. 최일선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시달리는데, 협의회 운영을 통하여 근무여건과 환경을 개선하여 올바른 처우가 제공된다면 이것은 보다 나은 품질의 치안서비스 제공과 직결될 것이다. 경찰관들의 사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인사제도의 운영에 있어서도 공정성을 제고 하도록 협의회를 통하여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고, 이러한 요구의 반영은 경찰조직의 운영에 견제와 균형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협의회의 운영은 구성원들의 일탈행동을 예방하는 것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무처리나 조직운영의 합리성이나 합법성 제고를 통하여 경찰에 대한 신뢰의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기관장의 입장에서도 협의회를 통하여 현장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고, 함께 소통할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기대를 하는 것은 현재는 협의회 운영을 기관단위로만 하도록 하고 있는데, 선진외국 경찰의 노동조합이 전국적인 연합체인 것처럼 공무원협의회 운영도 전국적으로 연합하여 운영하거나, 협의회장의 연합체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경찰공무원은 국가공무원이어서 전국적으로 통일적으로 운영되며, 대부분의 중요한 현안들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 것이고, 그러한 이슈의 해결을 위하여 전국적, 집합적 의견제시가 더욱 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