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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7.15 15:32:33
  • 최종수정2020.07.15 15:32:33

서승우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정책관

1950년 7월,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경부선 철로)에서는 6·25 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이 피난 가는 마을 주민 수백 명을 무차별 총격하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른바 '노근리사건'이라 불리는 한국 과거사의 비극은 1994년 노근리사건대책위원장이자 유족인 정은용 작가가 <그대, 우리의 아픔을 아는가> 라는 소설을 출판하면서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정부는 1999년 진상조사를 시작하여 2004년 노근리사건특별법을 제정하고, 유족대표 등이 포함된 희생자심사및명예회복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피해신고 접수 및 사실조사를 실시하여 2005년과 2008년 2차에 걸쳐 226명의 희생자(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해 63명)와 2천200여 명의 유족을 결정하고 의료지원금을 지급하였다. 2001년에는 미 클린턴 대통령이 노근리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2011년에는 사건 현장 일대에 191억원을 투입하여 4만여평 규모로 조성한 평화공원 및 위령시설이 완성되었다. 평화공원에는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는 추모광장과 위령탑, 노근리사건 자료가 있는 평화기념관, 장미·국화 등 계절마다 꽃이 피는 정원 등이 조성되어 추모객과 가족, 단체 등 일반 방문객 15만여명('19년 기준)이 찾아 지역 명소가 되었다. 또한 영동군과 유족회 주관으로 평화상 시상식, 인권백일장, 청소년 캠프 등 다양한 학술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미래 세대에게 노근리사건을 알리고 평화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역사교육의 현장으로도 거듭나고 있다.

2020년은 노근리사건이 발생한 지 70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노근리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를 지내왔으나, 올해는 좀 더 뜻을 모아 유족회를 중심으로 행안부, 충북도, 영동군이 협력하여 다채롭고 의미 있는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노근리사건과 관련된 유족 소장 기록, 지역별 작가 사진·회화 작품 등을 6월 말 노근리평화공원에서 시작하여 서울·광주·부산·제주 등 주요 지역에서 순차적으로 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7월 29일 노근리평화공원에서는 제70주년 노근리사건 기념식이 개최된다. 당초 기념식은 매년 6월경에 지내는 합동위령제 일정에 맞춰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정과 규모가 조정되었다. 아울러 연말에는 '노근리사건 70주년, 평화와 화해의 큰 걸음으로'를 주제로 글로벌평화포럼을 추진하여 국내외 학계·전문가 및 역대 노근리 평화상 수상자를 초청하고, 일반청중이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콘퍼런스와 국내외 평화박물관·기념관 가상전시를 준비 중이다. 내년에는 미국 워싱턴에서 생존피해자 및 유가족과 참전군인 등이 함께하는 한미평화교류행사도 계획하고 있다.

아름다운 꽃들이 한창인 노근리평화공원 건너편 쌍굴다리에는 수많은 총탄 자국이 남아 생생하게 그날의 비극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는 이를 통해 전쟁은 참혹한 죽음의 현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분쟁으로 노근리 희생자들처럼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을 겪고 있음에 책임 의식을 느껴야 한다. 또한, 잘못된 역사일지라도 진실을 밝혀 되풀이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고 생명존중과 인권보호라는 인류 공통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평화수호가 얼마나 중요한지 노근리를 통해 배워야 한다.

노근리 사건을 영화로 만든 <작은 연못>(2010)의 마지막은 마을 주민들이 한데 모여 아이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는 장면으로 끝난다. 참 따뜻한 장면이나 실제로는 사건으로 희생된 이들에게 영원히 오지 않은 미래이기에 가슴 아픈 장면이기도 하다. 이처럼 전쟁은 평범한 사람들의 꿈과 미래를 한순간 앗아가기에 잔인하다. 70년을 지나 어김없이 돌아온 7월,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명복을 빌며 노근리에서 평화의 가치를 다시 일깨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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