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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옥진

청주시 봉명1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우리는 누군가에게서 빌린 물건을 돌려줄 때 처음 가져온 그 상태 그대로 돌려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것이 기본 예의이자 의무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 책임을 자꾸 회피하려 드는 것이 있다. 바로 '지구'다.

국내 1인 가구는 29.3%에 이르고, 온라인쇼핑과 배달의 증가도 뚜렷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전년 대비 18.3% 증가했으며 음식 서비스(배달) 거래액은 84.6% 늘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늘어나는 상자, 일회용 포장재 등의 쓰레기이다. 또한 예전보다 가구, 옷 등 물건을 더 쉽게 바꾸고 고민 없이 버린다. 아예 옷을 평가하는 수식어 중에 하나로 '한 철 입고 버릴'이 흔하게 쓰이는 것은 이 같은 현상의 방증이다.

물건에 대한 경외심은 이제 낯선 감정이며 물건의 가치는 예전과 다르다. 과잉생산 시대에 물건은 더 쉽게 버려지고 대체된다. 물건을 더 쉽게 구할 수 있다는 것은 개인의 삶의 윤택함 측면에서는 좋은 것이나 그 용이성이 지구의 환경을 그릇된 방향으로 끌고 가고 있다면 우리는 그 편리함에 대해 한 번쯤 고심해 봐야 한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하루 41만 t 가량이며 이는 5년 전보다 3만 t 가량이 증가한 수치다. 위에 기술한 가구 구성과 생활 방식의 변화만이 쓰레기 배출량에 변화를 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 같은 변화가 쓰레기의 감소라는 측면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난 2018년 지구의 기온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하고 전 세계가 오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 가까이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파리 기후 협약 탈퇴를 통보한 현재 상황은 그때보다 더 나빠 보인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12조 원을 출연해 '베조스 지구 기금'을 설립한다고 한다. 기업이 갖는 기후 파괴적인 영향, 즉 아마존의 배송 업무가 글로벌 탄소 배출을 늘리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보인다.

우리가 베조스와 같은 기부를 할 수는 없다. 우리는 플라스틱 분해에 관한 미생물 연구도 할 수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당장 내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줄이는 것뿐이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선의가 모여 만드는 미래를 믿는다. 사람 한 명, 한 명이 모여 커다란 쓰레기 산도 만들 수도 있고 지구 기후 변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현상을 불가항력적인 것으로 여기며 포기하고 체념하는 것은 쉽다. 당장 보이지 않는 변화를 위해 행동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이다. 빌려온 것을 내 것처럼 쓰는 무책임함과 이별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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