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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30 18:07:41
  • 최종수정2020.06.30 18:07:41

박노대

청주시 서원구 환경위생과 주무관

현대인의 지갑에는 현금이 없다. 있다고 해도 소액인데 원인은 신용카드에 있다. 개인이 물건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카드 결제를 하면 신용을 담보로 카드회사가 개인 대신에 판매자에게 비용을 지불할 것을 약속하고 회사는 개인과 약속한 은행 계좌에서 지불 비용을 인출해 간다. 신용카드 이용의 기본 흐름이다. 개인의 계좌에는 지불 가능한 돈이 예치돼 있어야 하며, 없다면 개인 신용도가 하락한다는 것은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이렇다 보니 카드 결제 시점과 은행 계좌에서 지불 비용이 빠져나가는 시점까지의 기간에는 부득이 부채가 발생하게 된다. 이때 우리는 채무자, 부채 인간(호모 데비토르 Homo Debitor)이 된다.

부채는 채무자의 빚이기도 하지만 개인의 부채 상환 능력이 됨으로 채무자의 자산이기도 하다.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는 신용카드를 사용함에 따라 의도치 않게 부채 사회가 된다. 현대인의 능력 중 하나가 부채가 없는 자가 아니라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며 이를 부의 척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시대에 만연하는 과다 소비의 문제는 어떠한가. 신용카드와 부채와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채 인간의 소비가 과다 소비를 동반하기도 하지만 논점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신용사회로 가는 밑거름 역할도 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각종 상품의 과대포장, 온라인·홈쇼핑의 일반화, 식당·커피숍 등 요식업체의 일회용품 사용, 사무실에서 버리는 복사용지, 풍부한 의류로 인해 버려지는 의복, 가까운 등산로를 찾기 위한 자가용 이용, 가정의 온갖 가전제품 등 수많은 소비가 있다. 불필요한 소비를 지나쳐 이로 인해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할 수 없게 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소비행위를 위해 원료의 채굴과 제조·합성, 제품의 생산과 공급과정에서의 환경오염 문제는 이미 오래전 대두됐다.

최근에는 생산과 소비의 과정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도 자원으로 인식해 다양한 연구와 정책들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스스로는 자원이 무한 공급되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과다한 소비는 향후 미래 세대가 사용할 자원을 미리 사용해 버리는 것과 같다. 그뿐만 아니라 과다 소비에 의한 환경오염 문제는 적정한 소비 행위보다 많은 쓰레기와 폐수·대기·토양오염물질과 같은 부차적인 물질을 생성하게 된다. 환경오염이 자정작용을 넘어 청정한 자연환경을 누려야 할 미래의 기회를 빼앗게 되는 것이다.

현 소비시대에 있어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부채 인간이나 무분별한 자원의 사용, 환경오염물질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부채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인간의 도구 사용, 물건의 생산과 사용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적정한 사용과 이용으로 최소의 소비를 한다면 우리는 적정한 부채를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 시대의 우리는 채무자로서 미래의 세대인 채권자에게 미안함이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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