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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골령골의 기억전쟁

죽은 사람들과 죽지 못해 살아온 유족들의 이야기
'민간인 학살' 대전형무소 재소자 진실 다뤄
50여명 유가족·목격자 수소문해 인터뷰

  • 웹출고시간2020.06.25 13:03:46
  • 최종수정2020.06.25 13:03:46

골령골의 기억전쟁

[충북일보] 충북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밝힌 책 '기억전쟁'에 이은 '골령골의 기억전쟁'이 출간됐다.

저자는 20여년 동안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진실에 다가가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 결실인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사건 중에서도 민간인 학살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대전형무소 재소자들에 대한 진실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당시 대전형무소는 전국 주요 정치·사상범의 집결지였다. 제주 4·3사건 관련자, 여순사건 관련자들 상당수가 이곳에 수감돼 있었고, '조선정판사 위조지폐 사건'으로 검거된 거물 정치인 이관술과 송언필도 이곳에 있었다.

한국전쟁 발발 직후 한 달여 동안 5천~7천여명이 집단 학살됐다는 사실이 보도된 바 있지만, 피해자 개인의 삶과 유족들의 삶까지 담긴 기록은 처음이다.

저자는 유형별로 피해자들의 자료를 수집하고, 50여 명의 유가족 및 사건 목격자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며 인터뷰했다.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부역 혐의자를 다뤘다. 2부에서는 4·3사건 관련자를, 3부에서는 여순사건 관련자를 다뤘다. 4부에서는 적대세력에 의한 사건과 그 밖에 잊힐 뻔했던 학살사건 사례가 담겼다.

'가해자' 부분에서 골령골 학살 현장을 총지휘한 심용현 중위의 행적을 밝힌 부분은 충격을 안긴다.

저자는 학살에 가담한 사수들이 죄의식으로 괴로운 삶을 살았던 반면, 심용현은 군인으로서 승승장구했고 예편해서는 성신학원 이사장을 지냈으며, 성신여대 교정에 흉상이 건립돼 있음을 지적한다.

저자는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것, 그것이 이 책을 펴내는 이유"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죽은 사람들과 죽지 못해 살아온 유족들의 이야기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체포와 죽음으로 삶이 꺾여버린 피해자와 '빨갱이 가족'이란 굴레를 쓰고 연좌제의 고통 속에 살아온 유족들의 삶과 천신만고 끝에 억울한 죽음을 규명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재구성했다.

저자는 "누군가의 아버지이고 삼촌이며 형이며 동생이었던 사람들이 왜 영문도 모르고 죽어야 했는지, 누가 죽였는지, 얼마나 죽였는지, 기억하고 질문하고 규명하지 않는다면,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목숨을 이대로 어둠 속에 방치한다면 우리는 이 비극으로부터 끝내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러면서 "총성과 포성이 멎었다고 전쟁이 끝난 건 아니다. 아직도 분단은 현실이고, 현실은 안개 속 진흙탕이다. 진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은 갈등을 조장해 전쟁을 연장하려는 게 아니라 전쟁을 끝내려는 몸부림이다. 어떻게든 전쟁을 끝내고 싶어서, 진실에 가까이 가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은 학살 가해자를 밝혀내서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함으로써 민족 공동체의 집단적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작업임을 일깨운다. 그래야 용서도 하고 화해도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지난 5월 20일 개정된 과거사법이 처리됨에 따라 오는 11월 2기 진실화해위원회가 출범할 예정"이라며 "'골령골의 기억전쟁'은 그 진실규명 작업에도 소중한 자료로서 한몫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저자는 2002년 창립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충북대책위원회 운영위원장으로 몸담은 이후 충북도내 마을 조사, 문헌자료 수집 및 연구, 구술조사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는 충북역사문화연대와 사단법인 함께사는우리 대표를 맡고 있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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