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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21 16:02:29
  • 최종수정2020.06.21 16:02:29

양미정

청주시 오송읍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당연하게 누렸을 일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새로운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들 한다. 그래도 나는 변함없이 매일 아침 직장에 출근을 한다. 출근할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게 요즘처럼 고마운 적이 없다. 반면에 우리 아이들은 겨울방학부터 지금까지 수개월을 집에 있었다. 대학생인 큰딸은 한 학기 전체가 사이버 강의로 대체되면서 잠옷 차림으로 강의를 듣고 있다. 중학교 3학년인 둘째 딸은 이제 겨우 학교에 등교를 한다. 학교에 가는 게 불안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기도 한다.

큰딸아이는 매일 동생이랑 같이 있다가 혼자 있으려니 심심한가 보다. 학교에서 몇 시에 오느냐며 전화통에 불이 난다. 일곱 살 터울이 나서 평소에 별로 친하지 않던 자매가 몇 달 동안 같이 있더니 정이 들었나 보다. 처음 며칠은 각자 방에서 나오지도 않고 자기 할 일들만 했다. 배가 고프니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을 하더니 언니는 요리를 하고 동생은 설거지를 했다고 한다. 티격태격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다. 그래도 나는 모른 척했다. 며칠은 하루 종일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퍼즐도 맞추고 블록도 맞추고 게임도 했다고 한다. 늘 혼자 하던 것들을 자매가 같이 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하기 짝이 없다.

하루는 마트에서 사은품으로 준 꽃씨를 화분에 심었단다. 매일같이 물을 주고 정성을 쏟더니 꽃이 피었다며 자랑을 늘어놓는다. 급기야는 마냥 놀기만 하는 동생이 걱정됐는지 동생을 앉혀놓고 공부를 가르친다. 책을 읽으라 하고 독후감 검사를 한다. 나는 자못 걱정이 됐다. 혹여나 둘째가 짜증을 부리고 싸움이 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돼 둘째 딸아이 방문을 조심스레 열었다. 언니가 내준 숙제를 열심히 하고 있었다.

"도원아, 뭐해?"

"너무 많아, 짜증 나."

엄마를 보자마자 툴툴거린다.

"언니 때문에 짜증 나· 그래도 잘 참고 하네. 기특해라."

둘 사이가 틀어질까 봐 걱정이 됐다.

"싸우기 싫어서 그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어차피 언니랑 계속 같이 있어야 한다면 싸우기보다 타협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이번엔 큰딸아이 방문을 열었다.

"엄마, 도원이 큰일이야. 좀 있으면 고등학교 가야 하는데 어쩌려고 그러냐?"

엄마보다 걱정을 더하는 눈치다.

"그래도 좀 살살해. 한꺼번에 말고 조금씩 늘려."하고 부탁 아닌 부탁을 했다.

코로나19는 우리들의 많은 것을 빼앗아갔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일상의 소중함과 경제적 손실까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얻은 게 있지 않을까· 나이 차이가 많아 서로의 이해가 부족했던 아이들에게 몇 달의 '감금 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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