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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21 15:27:05
  • 최종수정2020.06.21 15:27:05

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반년의 시간이 흘러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농촌에는 과수화상병이 사과와 배 재배 농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가 감염 원인으로서 사람에게 치명적인 손상을 주는 반면에 화상병은 세균병으로서 발생하면 뿌리 채 뽑아 매몰해야만 하는 심각한 피해를 가져다준다. 4차 산업 혁명시대가 도래하여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의 상용화가 시작되었지만 세계 어디서나 아직까지 현대 첨단과학으로도 과수화상병을 퇴치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코로나19는 감염여부의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고 자가 격리를 통해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고 확진자라 하더라도 완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과수화상병은 자연에 노출된 과원이라 비바람, 매개곤충 등에 의해 무방비 상태로 전파가 이루어 질 수 있으며, 뚜렷한 증상이 발현되기 전까지 감염 여부를 진단하기도 어렵고 더욱이 치료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화상병의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치료가 아닌 발병된 과원의 신속한 매몰만이 현재로서 최선의 방법이다.

지난해 5월부터 충북지역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145농가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통해 그 감염경로를 분석하고 발생 예측의 결과를 백서(白書)로 발간하였다. 과수화상병 발생을 상처로만 남기지 않고 학습 경험으로 삼아 과수재배 농가의 시름을 덜어 주겠다는 일념으로 올해 발생에 철저히 대비해 왔다. 과수화상병 전염 요인의 하나인 비바람은 물론 꿀벌 등 매개곤충의 활동거리를 분석하여 올해 발생지역을 예측하였고, 이를 토대로 정밀예찰을 전개해 왔다. 또한 연간 1회 약제 방제를 3회로 확대하여 예방차원의 화학적 방제도 강화하였다. 특히, 화상병이 발생한 동일 농가가 경작하고 있는 미발생 과원에 대하여 집중 관리하는 등 발생농가의 역학관계를 설정하여 현장의 상황을 예의 주시해 왔다.

또한 올해도 지난 2월부터 과수화상병 대책상황실을 일찍이 가동하고 매주 대책회의를 통해 보완 및 개선 사항을 점검하는 등 주 발생지를 중심으로 충북 전역을 적극 예찰하는 시스템을 조기에 운영해 왔다. 협력체계도 강화하여 농촌진흥청, 농정국, 충북원협, 검역본부, 기상청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과수산업을 지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다.

그러나 금년의 기상상황은 심상치 않았다. 평년에 비해 겨울철 평균기온이 2~3℃ 이상 높았고 4월 이후 잦은 비바람으로 인하여 과수화상병 다발생을 촉발시키는 고온다습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결과적으로 기상을 감안한 예측대로 전년도에 비해 4일 정도 빨리 충주 산척면에서 화상병이 첫 발생하였고, 특히 최근 2년간 주 발생지 반경 2km를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발생지 예측은 적중했으나 발병 확산의 정도는 매우 빨라졌으며 이는 수년간 병원균을 보균한 무증상 나무에서 동시에 발병했다는 것이 합리적인 추정이다.

과수화상병의 최고 정점이 언제인지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려워 농가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으나 뼈아픈 상처를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몇 가지의 근원적인 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첫째, 집단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보균 나무를 철저하게 찾아내 신속 매몰함으로써 추가 확산을 차단할 것이다. 이를 위해 농업기술원과 농촌진흥청, 농업기술센터가 한 팀이 되어 과수화상병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둘째, 효과적인 치료제 및 방제 기술의 개발과 함께 저항성 품종의 육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2015년 국내 첫 발병한 이후 지속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다.

셋째, 폐원한 농가를 대상으로 새로운 대체작목을 선정 보급하여 지역특화작목으로 육성해 나갈 계획이다. 매몰 후 3년간은 사과를 포함한 화상병과 관련된 기주식물을 재배 할 수 없다. 따라서 기후변화, 1인 가구 등 소비트렌드와 대부분 경사지의 특성을 고려하여 사과 대체 작목단지 조성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넷째, 충북 사과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혁신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향후 고품질 사과 생산을 위해서는 재배지의 고도를 높이는 방안도 필요하다. 가능한 산지를 개발하여 단지화한다면 충북사과의 명성을 보다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사고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수화상병으로부터 충북의 농업을 되살리고 오히려 융성의 기회로 삼기위해서는 상처 부위에 연고를 바르는 정도의 일시적 처방보다 지금 당장은 고통스럽지만 환부를 과감하게 도려내는 것이 새로운 재도약을 약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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