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1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산, 섬, 두더지'… 위안과 평안 선사

스페이스몸미술관, 오는 12일까지 이미연 개인전
2·3전시장서 회화·드로잉·도자기 등 31점 선봬

  • 웹출고시간2020.06.08 11:16:43
  • 최종수정2020.06.08 11:16:43

이미연-산, 섬, 두더지 전시장면

[충북일보] 코로나19로 움츠러든 사회에 위안과 잠시의 평안을 선사할 전시가 열린다.

스페이스몸미술관은 오는 12일까지 충북도·청주시 박물관(미술관)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2·3전시장에서 이미연 개인전 '산, 섬, 두더지'를 선보인다.

전시 제목 '산, 섬, 두더지'는 작가가 이주하며 머물렀던 곳을 상징한다.

스위스 시골마을에 머무면서 산에 오르고 그림을 그리는 단조로운 삶을 영위하다 오롯이 만나게 된 대자연과 소소하고 낯선 일상을 마주하면서 성찰한 장면이 담겨있다.

스위스에서 비롯된 '산'에 이어 '섬'은 한국에서 고향의 풍경을 의미한다. 고향 변산의 풍경은 스위스와 대조되는 풍광을 갖기에 정서적 카타르시스가 극대화된다.

'두더지'는 벨기에를 뜻한다. 이주민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는 이방인의 시선을 위트 있게 표현했다.

엥가딘(Engadin) 지역에서의 작품에서는 거대한 자연에 대한 경외감이 더 깊게 느껴진다.

산장에서 내려오면서 작가는 "인간의 삶이 속하지 않는 세계에서 두려움과 경이로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작업노트에 남겼다.

'Engadin Woods' 시리즈를 비롯한 작품에는 곧게 수직으로 뻗은 나무숲이 화면 가득 그려져 있다.

이 숲의 주인은 견고하게 서서 그 땅을 지켜온 나무들이며, 인간은 조심스럽게 스쳐 지나가는 손님으로 여겨진다.

낭만주의 예술가들이 단숨에 인간을 집어삼킬 수 있는 거대한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그 숭고함의 미학을 표현했던 것처럼 이미연의 회화에서도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이 갖게 되는 두려움과 놀라움의 감정을 읽어낼 수 있다.

'나는 진정한 황야의 땅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삼일동안 3000미터 높이의 산들을 넘고, 그 산의 계곡, 빙하를 건너며 단 한 사람도 만나지 않는, 거대한 자연 안에 던져진 느낌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는 작가노트는 작가가 마주한 풍경을 통해 체험함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자연을 만난 작가의 태도다. 작가는 낭만주의자들과 달리 그 속에서 자신의 몸에 그 경험을 새기고, 다시 몸으로 그 경험을 표현해낸다.

연약한 꽃, 굳건한 나무, 다 제각각인 나무 가지와 표면과 그것들로 이뤄진 거대한 숲속, 자연에서 부분과 전체를 읽어낸다.

전통적인 의미에서 원근을 강조하지 않은 회화이지만 작가의 풍경을 볼 때 그림 속의 인물로서 나무를 올려다보고, 고개를 숙여 꽃을 내려다보며, 숲속의 철길을 따라가 보게 된다.

작가는 거리를 두고 풍경을 관찰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산에 몸을 비벼가며 걷고 오르고 내리고 오롯이 몸으로 기록하고 눈으로 기록하고 느낌으로 그릴 수 있게 됐다며 경외감의 대상인 풍경 속에 들어가 그 속에서 걷고, 머물면서 온몸으로 겪어낸 경험을 그린다.

작가는 작업노트를 통해 "정신적 한계가 무엇인지, 기쁨이 무엇인지, 두려움이 무엇인지, 높이와 넓이가 무엇인지, 산장의 안전함이 무엇인지, 이슬이 무엇인지, 제일 작은 꽃들의 색이 무엇인지, 두 발로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무엇인지 알게 됐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좀 더 인위적인 풍경, 건축물, 평화로운 풍경 등을 그린 벨기에에서의 작품에서는 인간을 압도하는 대자연의 위협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작품들에서도 기운 생동하는 자연과 사물의 에너지가 담겨 있다. 이 풍경 속에서 살아 있는 것도 살아 있고, 구름과 빛처럼 생명이 없다고 우리가 믿는 것들도 변화무쌍하다.

작가의 회화는 개인적 이유로 머물게 됐던 특정한 지역에 대한 기록이지만 낭만적인 이국 풍경에 그치지 않는다.

인간이 환경을 체험하고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한 제안이면서 소란스러운 미술동네에서 벗어나서 바라볼 때 여전히 남는 미술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회화, 드로잉, 도자기 등 31점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오는 12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 유소라기자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