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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6.01 17:40:41
  • 최종수정2020.06.01 17:40:41

김성수

대정건설(주) 대표이사

지금도 종종 같은 내용의 꿈을 반복해서 꾸곤 한다. 살고 있는 이곳 청주에서 고향인 음성을 왕복하며 달리는 꿈을 꾼다. 하당 '백마령' 고개를 오르내리며 달려도 숨이 차지 않는다. 꿈이어서일 게다. 100m 트랙을 경주하는 꿈도 꾼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균형을 잡으며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눈을 뜨면 '데자뷰'(기시감)를 떠올릴 정도로, 유사한 공간적 꿈의 배경에 놀라는 경우도 있다.

내 무의식의 발로일 수도 있겠다. 현실에서 간절히 원했던 일들이 현몽(現夢)하며 바램을 풀어주는 것일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정신분석학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프로이트'가 떠오른다. 그는 <꿈의 해석>이라는 책에서 '억눌린 욕망이 꿈에서 표출된다'고도 하였다.

나는 장애인이다. 왼쪽 다리를 저는 좌하지 4급의 신체 장애인이다. 필자가 4살 때(1964년) 여름쯤 발병을 했다고 한다. 전혀 기억이 없다. 살아생전 엄마의 물기어린 음성과 눈길을 통해 여러번 듣고 보며 알게 된 것이다. 처음엔 여름 장마철 감기로 알았단다. 그 시절 의원과 약방, 한의원에서는 '감기'니 '몸살'이니 '체증'이니 하며 투약과 주사와 침으로 처방과 치료를 반복했다고 한다. 병세가 호전되지 않고 점점 악화되어 서울 '세브란스병원'으로 데리고 갔단다. 그제서야 당시 유행하던 전염병인 '소아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치료를 하여 크게 호전을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지난 2월 5일 제4대 충청북도장애인육상연맹(이하, '충장육') 회장으로 취임을 했다. 여러 가지로 미비하고 부족한 사람이 귀하고 무거운 자리에 앉은 것이다. 직전 회장의 잔여 임기 1년을 포함 5년이라는 시간의 짐받이를 시작한 것이다. 고등 은사인 당시 장애인체육회 사무처장님과 육상 전담 지도자와 연맹 관련 지인의 거듭된 권유와 요청에 고민 끝에 승낙을 했었다.

'이순(耳順)의 나이'

비록 사려와 판단이 성숙하다고 할 자신은 없다. 남의 말을 잘 받아들이며 소화하는, 인생의 경륜이 켜켜히 쌓여가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크고 작은 공동체와 단체에서 주마간산격이지만 1인 다역을 하며 살아왔다. 일단 소속이 되면 구성원의 일원으로 열정을 다해왔다. 성실함과 우직함과 중심을 잡으려는 균형감으로 최선을 다해왔다. 어느 자리 무엇을 하든, 초심을 지키며 최선을 다한다면 못할 일이 없다는 신념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충장육' 회장에 취임해보니 생각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이었다. 외부에서 보며 생각하던 것과는 딴판이었다. 엘리트 체육 가맹 경기단체와는 비교가 안되었다. 사무실도 없고 직원도 없었다. 장애인체육회의 지원은, 정해진 기간 내 선수들의 훈련비와 숙식비, 대회참가비 그리고 전임 지도자인 감독의 급여뿐이었다. 지도자도 1년 단위의 연간 계약으로 소속감과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상태였다. 종목별 가맹 연맹에 대한 지원비도 연간 기백만원 뿐이었다. 각 연맹 전무이사에게 지급되는 사무용품비와 제반 연락비용이라고 했다. 더구나 중앙연맹으로부터의 재정적, 행정적 지원도 일체 없었다. 오로지 각 연맹의 회장 또는 회장과 임원들의 경제적, 시간적 봉사와 헌신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간신히 지탱되어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었다. 충북에서는 그나마, '셀트리온'과 '에코프로'에서 각 9명, 8명의 장애인 육상선수들을 자사 소속으로 등록하여 지원을 해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종합 생명공학 기업인 '셀트리온'과 고급 고용량 양극소재 시장을 선도하는 '에코프로'에서 손쉬운 법정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납부하는 대신 육상 선수들을 등록·고용하여 직·간접적으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각종 대회가 연기되었고 선수들의 훈련도 중지되었다.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움츠러들어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각자도생'이 아니라 진정성어린 협업과 소통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한다. 비대면 접촉의 조심스러운 일상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차단하고 중지할 수는 없다. 우리 '충장육'에서는 비정기적이지만, 일부 선수와 지도자 그리고 임원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단결과 화합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선수들의 비공식적 훈련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마스크와 손세정제를 넉넉히 마련하여 전달하기도 하였다. 물론 어려운 때일수록 마음을 합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위치, 자세와 역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지점의 주체가 상대편의 상황을 이해하며 모자란 부분들을 보듬을 줄 알아야 한다. 서로를 배려하며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도록 긍정의 마음으로 서로를 응원해야 한다.

유월의 초입, 이제 다시 시작이다.

우리 '충장육'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임원들과 중지를 모아가며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갈 것이다. 연맹기도 마련하고, 심볼 마크와 영문 표기도 만들었다. 지역의 소중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임원단도 구성했다. 후임들을 위해서 기틀과 시스템을 하나하나 만들어가며 훗날 그들에게 그 기반을 온전히 전수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 대한민국장애인체육회와 충북장애인체육회의 인식 전환과 내실있는 실질적인 지원을 촉구한다. 장애인 체육 선수들과 장애를 가진 수많은 국민들을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을 요구한다. 최소한 각 종목 장애인 선수들이 공동으로라도 사용할 수 있는 체력단련실과 훈련 경기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더 이상 선수와 지도자들이 단지 일시적인 성적 지상주의의 도구와 수단으로 쓰임이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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