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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오랜 시간이다. 베트남의 바깥 문은 아직 닫혀있다. 이 나라에서 나갈 수는 있지만, 다시 들어오기는 힘들다. 격리과정이 있기에 실제로 정상적인 휴가는 불가능하다.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는 이유다. 밤은 깊어가고 오랜 시간 동안 휴가를 가지 못한 동료가 아이들과 화상통화를 한다. 떨어져 있다는 것, 만나고 싶지만 갈 수 없다는 것, 생존이란 때론 아픈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코로나 누적환자의 수는 500만 명이 넘었고, 30만 명이 넘게 사망했다. 이 세계적 팬데믹 현상은 언제 끝날 것인가. 죽음이 가까워져 오면 삶에 대한 욕망은 더욱 강해진다. 역사적으로 흑사병, 말라리아, 천연두, 사스, 메르스 등의 전염병이 지나갔지만, 인간은 치료제를 개발하여 그것들을 극복했다. 토인비의 말대로 인간의 역사는 <자연 혹은 죽음의 도전과 그것에 대응하는 인간의 응전>의 역사인 것이다.

죽어가는 동물은

두려움도 희망도 없다

인간은 두려워하며 모든 것을 희망하고

자신의 최후를 기다린다

......(중략)......

그는 죽음을 뼛속까지 알고 있다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 것이다

― 죽음, W.B. 예이츠

예이츠의 시는 죽음에 대항하는 인간의 정신을 노래하고 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하지만, 끝까지 희망을 품고 죽음과 대면한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먼저 느끼는 것은 공포이다. 공포는 삶을 지속하기 위한 본능적인 방어기제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인간은 삶의 희망을 품고 죽음에 대적하는 것이다. 시의 마지막 구절은 예언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인간이 죽음을 창조>한다는 것은 인간만이 죽음의 존재성을 인식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순간 저 구절의 의미는 <인간만이 인위적인 죽음을 만들어낸다>는 뜻으로 다시 읽힌다.

본능적인 욕구 만을 가진 동물들은 본능이 충족되는 한, 다른 동식물에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다른 동식물과 지구 전체의 생존에 영향을 미친다. 핵이나, 전쟁,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기후변화, 무분별한 자원의 채취,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 등으로 인한 죽음은 분명 인간이 창조해낸 <새로운 형태의 죽음>이다.

코로나가 인간에게 주는 교훈 중의 하나는 인간이 오만함을 버리고 자연의 전체 질서에 순응하는 일일 것이다. 환경파괴로 인한 자연의 죽음은 바로 인간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자연상태의 소멸은 우주의 법칙이지만, 인위적인 죽음은 분명히 인간이 극복해야 할 하나의 대상이다.

우리는 생명이 붙어 있는 순간까지 죽음의 본질 자체를 경험하지 못한다. 인간이 인식하는 것은 어느 일정 기간 <영속되는 삶>일 뿐, 누구도 생명이 끊어진 이후의 죽음을 물리적으로 느낄 수 없다. 우주적 시간 속에서 찰나의 삶은 어떻게 해야 빛을 가질 수 있을까.

지금 인간은 보이지 않는 적과 싸우고 있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하여 우리는 타인의 건강한 삶이 나의 건강한 삶임을 다시 느껴야 한다. 우리는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70억의 인구가 함께 살고 있다는 것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인간 사이의 건강한 유대감이 소중하다는 것을 다시 상기하는 밤이다. 지금, 이 시각에도 누군가가 희망의 백신을 만들기 위해 분투하고 있을 것이다.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파도 소리처럼 그의 살아있는 숨소리를 느낀다. 다행히 몇몇 보도 자료에 의하면 백신 개발이 곧 될 수 있다고 한다. 죽음을 창조한다는 것, 그것은 역설적으로는 삶을 재창조한다는 의미 아닐까.

생명의 탄생과 소멸에 대한 우려와 경외심을 다시 갖게 되는 밤, 하얀 꽃나무가 마스크를 쓰고 허공에 떠있다. 두려워 말라 꽃이여, 인간 서로에게 강한 신뢰와 연대가 있는 한, 그 응전의 힘은 코로나를 우주의 먼 곳으로 몰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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