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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진우

청주시 사창동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잊기 어려운 순간들이 있다. 특히 사창동 행정복지센터에 첫발을 내딛던 석 달 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여러 기관에서 공직생활을 이미 경험했음에도 첫 출근은 묘한 긴장과 낯섦, 꼭 그만큼의 설렘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구청 강당에서 긴 대기시간 끝에 임용장을 받았다. 넙죽 엎드려 무릎 꿇고 받아도 응당 감사할 처지였으나 인파에 묻혀 무덤덤했다. 어쩌다 얻어 탄 차 안에 이르러 '어쨌거나'와 '어쩌다가'가 어지럽게 어긋났다. 업무를 시작하면서 국가공무원과는 여러 면에서 달라 적잖이 당황했다. 거의 모든 전산 시스템은 처음 접하는 것이었고 업무방식 또한 세부적으로는 많이 달랐다. 민원인들의 요구는 실로 다양했다. 업무와는 상관없는 개인적인 사연을 털어놓으며 호소하시는 이에서부터 전문지식으로 무장해 어떻게 응대해야 할지 헷갈리게 하는 이까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석 달여가 지난 지금은 지방공무원으로서 정체성을 조금씩이나마 찾아가는 듯해 다행이라 여기며 하루하루 행정복지센터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각종 신청에 따른 업무처리 방식을 익혀가는 일은 만만치 않다. 행정복지센터에서 발급 가능한 서류는 어림잡아 수 십 가지가 넘는다. 행정복지센터로 발령받고 출근하기 전까지는 나 역시 민원인이었으므로 행정복지센터는 등·초본 정도 발급해 주는 곳이라 여겼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출근 첫날 보기 좋게 깨지고 말았다. 행정복지센터야말로 관이 운영하는 심부름센터 같은 곳이었다. 법원, 국세청, 각급 대학 등 여타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이 관장하는 관련 서류를 대행해 발급해 주고 각종 급여 수급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했다. 업무는 코로나19 사태로 건강이 염려되는 어르신들을 방문하거나 직접 전화해 안부를 확인하는 것에 이른다. 실로 공무원 민원업무의 종합세트다.

행정복지센터에서 일한 지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시간은 여느 때처럼 건조하게 흘러갔지만 그래도 새로운 직장에 적응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여기며 위로받는다. 공무원이라는 직책에 요구되는 덕목은 영업사원의 전투적 홍보나 분별 안 가리는 사교성도 아니고 특출한 예술가의 압도적이고 발랄한 재능에 더한 자학적인 몰두도 아니다. 어쩌면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율하는 시쳇말로 '사회적 거리두기'에 가깝다. 공평무사한 권한의 행사, 국민을 위한 선제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청렴과 최선의 직무 수행 등 행정학 교과서 어디쯤에 위치할 것이다. 우수 인재의 유입, 폭증하는 행정 수요, 최일선 기관으로서 행정복지센터에 대한 행정서비스에 대한 주민의 기대 등을 고려하면 행정복지센터는 더 분주해지고 업무는 더 복잡해질 것이며 이를 수용하기 위해 행정복지센터 공무원은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사창동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중고 새내기 공무원의 야물지 못한 노동이자 포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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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