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0.05.07 16:49:46
  • 최종수정2020.05.07 16:49:46

임미옥

청주시1인1책 프로그램 강사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초록 잔디 위를 걷는다. 걸음걸이와 뒷모습이 닮았다. 파란하늘에는 뭉게구름이 떠있다. 초록과 파랑, 하얀 구름, 완벽한 어울림이다. 태양마저 뒤로 물러나 엷은 오렌지 빛 하나도 끼어들지 않은 극치의 황금비율 세상이다. "아빠, 저기 구름이 내 팔뚝 같아요." "우리 아들 히틀러가 시인 같은 말을 하는구나." 아버지가 아들을 안고 빙빙 돈다. 까르르~ 울려 퍼지는 웃음소리가 청량하다. 어디선가 피아노 소리가 들린다. 집이 가까워 올수록 점점 크게 들린다. 피아노소리가 그치더니 에이프런을 두른 어머니가 나오고 아들이 뛰어가자 안아주며 입 맞춘다.

영화 같은 장면을 상상해보았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런 그림과는 상관없는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전해진다. "다 복제해도 히틀러는 안 된다, 그는 사랑할 능력이 없는 인간이었다." 히틀러에 대한 평이다. 세상에 이보다 끔찍한 악담이 있을까. 하지만 그가 행한 일들에 비하면 이정도 평이 오히려 약하다. 인간으로 태어나 어찌 이런 평을 듣는단 말인가. 그런데 그의 생애를 해적이하여 보았더니 악마에게도 꿈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는 화가가 되고 싶었단다. 하지만 어린 시절에 부모가 죽자 꿈을 접고 자기 그림을 팔아 끼니를 해결했단다. 그러니 부모로부터 인간의 존엄성이나 사랑에 대한 교육을 들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도무지 동정할 수 없는 악마 히틀러 생애를 통해 행복한 가정이 한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본다. '신이 인간을 다 돌보지 못하므로 대신 가정을 주셨다.' 라는 말이 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녀로 키우는 가장 좋은 교육기관은 가정이기에 하는 말일 게다. 인류 존재 이래 사랑이 넘치는 가정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웃는 자녀들 표정을 볼 때 부모들 뇌에서는 신경전달물질인 행복바이러스 '도파민'이 만들어진단다. 자녀에게 사랑을 듬뿍 주고 양육하는 과정에서 자녀로부터 받는 행복바이러스 때문에 부모가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거란다. 하여 부모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행복한 개인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결국 행복한 사회가 되는 건 행복바이러스 전파성으로 인한 당연한 순환이다.

"첫딸을 왜 살림밑천이라고 하는지 알 것 같아요." 첫 딸을 낳은 아들이 이런 말을 했다. 제 딸이 태어난 후부터 직장에서 야간근무를 해도 힘든 줄을 모른단다. 그러면서 일을 더하다 돈을 모으게 되었으니 말 그대로 살림밑천이 아니냐는 거다. 밤늦은 퇴근길이 고달프다는 생각보다 딸을 보는 기쁨과 딸을 잘 키워야겠다는 책임감이 더 크다는 말도 했다. 그러니 우리 손녀는 사랑할 능력을 갖추고 자랄 것이 분명하다. "엄마, 저 행복해요." 아들은 이어서 이런 말도 했다. 쓴잔을 세 번씩이나 마시며 고독하고 긴 공부를 하더니 이제는 아들이 행복하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뭉클하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젖었다. 전파성이 빠른 행복바이러스가 아들이 느끼는 행복을 금시 내게 전달하여 내 심장을 통과하고 눈물샘을 자극했나 보다.

"누굴 닮았대요?" 우리 딸이 아기 때에 툭하면 이렇게들 말했다. 그 말은 아기가 못생겼다는 말은 차마 못하고 에둘러 하는 말인 걸 우리부부는 정말 몰랐었다. 한번은 지나가던 어떤 이가 "모과 덩이 같아도 귀엽기만 하지요?" 하면서 우리 아기를 보고 까꿍, 하고 가는 거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으로 와 남편에게 말하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미인을 두고 무슨 헛소리냐고 버럭 했다. 남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얼굴에 뽀뽀를 하며 키웠다.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 된 딸이 말한다. 가정환경이 나빠 욕구불만으로 말썽피우는 아이들을 대하는 일이 너무 힘들 때마다 부모님을 떠올린단다. 그리고는 자신을 극진히 사랑해주시며 키워주신 것에 대하여,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한단다. 그러고 나면 아이를 긍휼히 여길 수 있고, 진심을 다해 대하게 되고, 아이가 변하더란다. 딸의 행동이 남의 불행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갖는 동정이라 해도 괜찮다. 동정도 진심이면 사랑이다. 그 진심으로 아이가 변한다니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사랑할 능력이 없었던 인간 아돌프 히틀러, 그가 행복한 가정에서 부모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유복하게 자랐다면 인물이 됐을까. 그가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자랐어도 악마의 길을 걸었을까. 가정환경이 나빠 불행한 어린 시절을 지냈다하여 모두 악마가 되는 건 아니다. 불행을 극복하고 훌륭하게 자라서 인생에 쾌거를 이룬 이들도 많다. 하지만 히틀러의 경우, 화가가 됐든 농부나 요리사가 됐든 그가 무엇이 됐든 간에 적어도 악마가 되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는 없다. 그러면 세계 역사가 지금과는 많이 다르게 쓰여 졌을 것인데 말이다.
배너
배너
배너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