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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대정건설(주) 대표이사

토요일 오전 외부 일정이 없을 때는 TV를 보곤 한다.

재방송인 '개는 훌륭하다'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개 조련사이자 반려견 행동 전문가인 '강형욱'과 케이스 바이 케이스의 반려견들이 주인공인 프로이다. '강형욱'의 선하고 순박한 인상이 믿음직스럽다. 그의 눈빛과 목소리에는 개와 견주들에 대한 애정과 배려의 진심이 어려있다. 어찌 그리 개의 심리파악과 치료와 조련의 스킬과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신통방통하다.

이 프로를 볼 때마다 아내와 딸은 훌쩍인다. 나도 콧등이 싸아 시큰해지곤 한다. 우리는 서로 말은 하지 않지만 안타까움의 마음을 함께 나눈다. "우리는 개들에게 잘해주고 있다"는 "개들의 심리를 잘 알며 키우고 있다"는, 지난 시간에 대한 미안함과 자책의 동감을 나누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5년 11월 11일 '빼빼로데이'날이었다. 아내의 기억으로는, 수능 전날이었다고 한다. 나는 1박 2일 교육 중이었다. 충주에 소재한 건설경영연수원 'CEO 연수'에 들어가 있었다. 교육 첫 날 수업을 마치고 저녁 식사 후 친교의 시간을 가졌었다. 나는 왠지 그 자리가 흥이 나지 않았다. 슬쩍 자리에서 나와 숙소로 올라가서 샤워를 했다. 옷을 갈아 입고 머리를 빗고 있는 중 핸드폰의 진동음이 크게 들려왔다. 막내인 딸이 울고 있었다. "아빠! 샛별이 죽었어요~ 엉엉 어떡해~ 엉엉" 잠시 주위가 정적에 휩싸였다. 먹먹했다. 아침에 일찍 집에서 나오면서 별이에게 인사를 했었다. "별아! 내일 보자. 아빠 다녀올게. 잘 있어라"하고 바이바이를 했었다. 별이는 몇 발자국 따라오더니 제 자리에 붙은 듯 정지했었다. 그렇게 생전 별이와의 13년 가족지정이 막을 내렸던 것이다. 그 날 밤 연수원 침실 벽에 기대고 앉아 기도를 올렸다. "잘 가라"고, "좋은 인연에 감사하다"고, "아프지 않은 곳에 가서 맘껏 뛰놀며 살아라"고 이별 인사를 했었다. 별이는 떠나기 1년 전쯤부터 치매 증상으로, 제자리 빙빙돌기와 멍하니 서있기와 급격한 활동력 위축이 있었다. 거기에 심장비대증이 겹쳐져서 동물 병원 출입이 잦았었다.

내 유년시절 기억의 시초부터 '개'가 곁에 있었다. 고향 음성의 마당 넓은 집에는 늘 개 한 두 마리가 식구로 살고 있었다. 백구, 누렁이, 베쓰, 메리, 쫑 등등의 이름이었다. 포인터, 세퍼트, 불독, 진돗개, 아키타, 스피츠 그리고 일명 똥개라 불리우던 잡종견 등 다양했었다. 그 중 세퍼트와 불독은 과수원 할아버지네와 용산리 아저씨네 집으로 보내지곤 했다. 개들의 체형이 커지면서 아이들과, 집안을 왕래하는 사람들에게 위해가 될 수가 있어서 보내졌던 것이리라.

결혼 후 셋째인 막내가 6살 무렵부터 아파트에서 개를 키웠었다. 지난 2015년 11월까지 근 20여년이 된 셈이다. 미니, 두나, 번개, 써니, 샛별이 등의 이름을 가진 잡종견, 진돗개, 코카스파니엘, 요크셔테리어 등으로 가족의 일원이었다. 개 이름은 아이들 셋에게 공모를 하여 다섯 식구가 다수결로 지어주곤 했었다. 그 중 진돗개였던 '번개'와, 코카스파니엘이었던 '써니'는 중견이 되며 아파트에서 키우기가 적당치 않아 '음성'으로 데리고 가곤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이제 그만 가져와. 엄마도 힘이 드네" 하시면서도 "에구~ 에구~ 반가워"하시며 개를 맞이해주시곤 했다. 아마도 아들 가족들이 애지중지하던 생물이라 애정이 더 깊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나 동물의 사후세계를 알지 못한다. 알 수도 없으려니와 굳이 이런저런 설에 기대어 사후세계를 기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살아생전 최선을 다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몽골'에서는 '개가 죽으면 사람으로 환생한다'는 믿음이 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에는 '사람이 선한 삶을 살다가 죽으면 개로 환생한다'고도 한다. 불가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육도 윤회를 하는데, 그 중 육축 중에서 제일 먼저 개로 태어나는 업보가 있다고도 한다. '육도윤회'란, 자신이 지은 업에 따라 태어나는 세계를 6가지로 나는 것이라고 한다. 육도는 지옥도, 아귀도, 축생도, 아수라도, 인간도, 천상도를 말한단다. 이 여섯 가지 세계 중에, 속세에서 지은 악업으로 축생도에 떨어져서 산다고 한다. 그때 살아생전 쌓은 공덕이 있어서 지옥도는 면하고 축생계에 떨어질 때 여러 동물 중에서 개로 태어나는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윤회'사상을 믿는 사람들은 개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곁을 떠나간 개들을 추억한다.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귀갓길 발소리를 기억하던 그들. 현관 앞에서의 기약없는 기다림과 언제나 반가움의 온몸 몸짓으로 맞이해주던 그들. 주인에 대한 평생 순종과 충성의 영리한 동물. 사람들 일방의 애정과 간섭 그리고 명령과 지시의 그늘 아래에서도 묵묵히 주어진 삶을 살았던 동물. 부디 '이생'에서의 고통과 아픔일랑은 툭툭 털어버리길 소망한다.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기를 기원한다.

사람마다 제각기이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차별하거나 탓할 이유도 없다. 어느 동물이던 사람마다 호불호와 선택의 기준이 다르다. 동물을 키우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동물을 한낱 식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리 취했다가 저리 버리곤 하는 무책임한 사람들도 있다. 순간의 재미를 위한 도구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가학성과 공격성의 해소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어떠하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다. 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책임감이 있었으면 좋겠다. 좀 더 깊은 생각을 하고 반려동물과의 동행을 판단했으면 좋겠다. "내 것이니 내 마음대로 한다"는 식의 그릇된 소유욕의 즉흥적인 결정이 아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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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