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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범

시인

호찌민 가는 길에 고딕 양식의 교회를 짓고 있다. 베트남 남부 지방은 프랑스의 영향으로 서구 양식의 집들이 많이 있다. 전통적인 동양풍의 기와집들은 이러한 건축 양식과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거리 풍경을 연출한다. 모든 집은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형식과 골격은 때론 얼마나 초라한 것인가. 사는 사람이 아름다우면 작은 집일지라도 빛날 것이고, 웅장한 집이라도 사는 이의 품격이 좋지 않으면 빈 소리만 울리는 집이 될 것이다.

시인들은 시의 집을 어떻게 지을까. 많은 시인이 시를 쓰는 일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시는 시인의 시적 경향이나 추구하는 세계에 따라, 같은 제재라도 여러 형식과 내용의 시세계가 펼쳐진다. 시를 구상하거나 쓰는 스타일은 시인마다 모두 다른 것이다.

하얀 바탕 위에

언어를 건축한다

주춧돌 하나 찾으려

열흘 걸렸다

- 詩, 안광석

이 시는 시인들의 시작에 대한 괴로움과 노력을 압축하여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시 쓰는 일을 건축에 비유한다.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하여 시인은 <주춧돌>을 찾는 일부터 시작한다. 건축에서의 주춧돌은 건물의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하여 기둥 밑에 괴는 돌을 말한다. 이러한 주춧돌이 될 시어, 관념, 혹은 주제를 시인은 <열흘> 동안 찾아 헤맨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공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때에 따라서는 주춧돌은 찾았지만, 시의 집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필자도 시와 산문을 쓰는 일 중에 어려운 일이 어느 것이냐 굳이 물어오면 시라고 대답할 것이다. 왜 그런가. 시는 시인의 주관적 사고의 압축물이지만 보편적 객관성과 새로움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모든 창조 행위는 고통을 필요로 한다. 예술의 하나인 시를 쓰는 일도 이와 같다.

아직 태어나지 않았으나,

그녀는 음악이요 말이다.

그래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깨뜨릴 수 없는 관계.

- 침묵 첫4행, 오시프 만델슈탐 (1891~1938, 러시아 시인)

1910년대 러시아에 아끄메이즘 (Akmeizm) 이란 문학사조가 있었다. 아끄메이즘은 상징주의 등에서 나타나는 표현의 애매성 혹은 모호성을 지양하고 현실적이고 구조적인 시어를 통해 시를 건축하듯이 표현하고자 하였다. 위 시는 아끄메이즘의 대표 시인 중의 하나인 만델슈탐의 시이다. 그는 스탈린의 치하에서 이에 저항하는 시를 쓰다 옥고를 치루고 결국 병사했다.

위 시는 언어와 침묵의 관계를 명확하게 표현한다. 언어 이전의 침묵까지도 태어나지 않은 말과 노래 즉, 유기적인 시의 건축물로 표현한 것이다. 어쩌면 침묵이 시가 탄생하기 위한 주춧돌인지도 모른다. 안광석 시인의 시가 언어를 고르는 사고의 분투를 그렸다면 이 시는 그 이전의 침묵, 즉 사유와 영감의 단계를 시의 주춧돌로 삼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의 집짓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개인적으로 옛날 집이 더 아름답고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선조들은 집터의 크기에 알맞은 집을 짓고 거기에 맞추어 살았다. 그래서 집은 다양한 모양과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는 아파트의 시대다. 획일화된 공간에서 사람들은 규격화된 편리한 삶을 살아간다.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가. 만일 인간의 얼굴이 모두 똑같다면 서로에게서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할 것이다. 다른 피부색과 얼굴, 신체 골격 그리고 다른 언어가 있기에 인간의 삶은 다채롭고 더 아름다운 것이다.

시인들이 지은 시도 각기의 색깔이 다르고 발화의 방법이 다르며, 같은 제재로 다른 내용을 담고 있기에 아름답다. 모든 시가 천편일률적이라면 시는 아무런 의미도 없으리라.

시의 주춧돌을 찾으러 멀리 가고 싶은 밤이다. 오늘은 어떤 주춧돌이 어떤 모양으로 기다리고 있을지 자못 궁금하다. 나만의 주춧돌로 나만의 시를 짓고 싶은 봄밤, 당신도 찾아보지 않겠는가. 당신만이 가진 언어의 주춧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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