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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지성 - 기차의 꿈

평범한 막노동꾼의 삶에서 시대 전환기 혼란을 보다
철도 노동자 로버트 그레이니어 생애 그려
짧은 분량에 담긴 꾸밈없이 간결한 문장
산업화·상업화 속 상실한 삶의 방식 극대화

  • 웹출고시간2020.04.23 10:42:31
  • 최종수정2020.04.23 10:42:38

기차의 꿈

데니스 존슨 지음 / 문학동네 / 124쪽

△기차의 꿈

19세기에 태어나 20세기를 살아간 철도 노동자이자 벌목꾼 로버트 그레이니어의 생애를 그린 소설이다.

시대의 격변과 그로 인해 필연적으로 소멸돼버린 삶의 방식을 강렬하면서도 서정적으로 써내려간다.

1886년에 태어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태어난 곳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혼자 기차를 타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 아이다호까지 왔다는 것은 알고 있다. 주소가 적힌 종이를 가슴에 핀으로 붙인 채 기차를 타고 여러 날을 여행했던 것이 어렴풋하게 기억날 뿐이다.

고모의 가족과 함께 살게 된 그는 10대의 나이에 학교를 그만두고 철도 공사장에서 일을 하거나 여기저기서 장작 패는 일, 트럭에 짐 싣는 일 등을 잠깐씩 하며 20대 시절을 보낸다. 그러다 교회에서 아내 글래디스를 만나 모이 계곡에 오두막을 짓고 살며 얼마 후 딸 케이트를 얻는다.

1920년 여름 로빈슨 협곡을 가로지르는 철교 공사와 벌목 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는 모이 계곡에 화재가 발생해 불길이 모든 것을 삼켜버린 참혹한 현장을 목도한다. 아내와 딸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오두막이 있던 곳은 시커먼 폐허가 돼버렸다.

결혼한 지 4년도 되지 않아 아내와 딸을 잃은 그레이니어는 이후 불타버린 계곡에 다시 집을 짓고 때때로 아내의 환상을 보고 밤마다 계곡을 올라가는 희미한 기차 소리를 들으며 살아간다.

'안정적인 고독'에 빠져들어 대자연과 인간의 삶에 가득한 끝없는 미스터리를 경험하며, 점점 현대화하는 세상을 겪는다. 바다를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태평양에서 수십 마일 떨어진 서부까지 여행한 적이 있고, 전화기로 대화를 나눈 적은 없지만 읍내에 나올 때마다 텔레비전을 봤다. 기차와 자동차를 자주 탔고 비행기도 한 번 타봤다. 그리고 1968년 11월 어느 날 숲속 오두막에서 잠을 자다 숨을 거둔다.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했고 누구도 특별히 기억하지 않았던, 역사를 스쳐지나간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이다. 젊은 시절에도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그가 계곡 깊숙한 곳에 자리한 오두막에서 숨을 거둔 채 가을과 겨울 내내 누워 있어도 그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평범한 막노동꾼의 삶을 그린 소설은 특별할 것 없는 한 인간의 삶을 그리는 것만으로 빠르게 변화해가는 시대 전환기의 혼란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한 인간이 겪는 산업화와 상업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실한 삶의 방식을 상징하는 3차원의 메타포가 된 셈이다.

100쪽이 조금 넘는 짧은 분량에 담긴 문장은 꾸밈없이 간결하다. 공간적 배경이 되는 미국 서부의 황무지와 장엄한 대자연은 작품 전체에 어두우면서도 아름다운 분위기를 드리운다. 쓸쓸하고 덧없는 어떤 삶이 조용하고 짧은 소설에 간결하면서도 아름답게 담겼다.

전미도서상 수상자이자 코맥 매카시와 플래너리 오코너에 비견되는 작가 데니스 존슨은 19살 때 시집을 출간하며 데뷔한 이후 67세에 간암으로 사망할 때까지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그는 '독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작품세계를 만들어간 변화무쌍한 스타일리스트'라는 평을 들으며 미국의 '작가들의 작가들의 작가'로 꼽힌다.

/ 유소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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