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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4.21 17:15:05
  • 최종수정2020.04.21 17:15:05

음영운

충주교육지원청 행정과장

한시외전(韓詩外傳) 9권에 공자(孔子)의 이야기가 있다. 공자가 길을 가고 있는데 어디선가 몹시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려 울음소리를 따라가 보니, 고어(皐魚)가 베옷을 입고 낫을 껴안고 길가에서 울고 있었다. "상을 당한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슬피 우는가?"공자가 그 까닭을 묻자, 고어가 대답했다. "저에게는 세 가지 잃은 것이 있습니다. 첫 번째 어려서 공부를 하여 제후에게 유세하느라고 부모를 뒤로 했습니다. 두 번째 내 뜻을 고상하게 하느라 임금을 섬기는 일을 등한히 했습니다. 세 번째 친구와 사이가 두터웠으나 젊어서 멀어졌습니다. 위 이야기에는'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하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라.'는 문장이 있는데,'나무는 가만히 있으려 해도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 자식은 부모를 모시려고 해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풍목지비(風木之悲). 우리는 미세먼지가 기승 하기 전까지는 깨끗한 공기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던 것처럼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을 영위하게 하는 소중한 것들을 소홀히 여기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공기처럼 물처럼 우리와 아주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우리를 편하게 대해주는 사람에게조차 때론 무심하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우리에게 차고 넘치는 사랑과 정성을 쏟아주신 어머니의 존재가 아닐까. 어머니의 사랑은 늘 모자람이 없고 물같이 바람같이 너무 흔하고 가까이 있어 우린 당연한 권리인 줄만 알고 살았다.

어릴 적 어머니는 내게 기쁨 외에도 두려움과 무서움 그리고 슬픔까지도 가슴으로 품어 주셨다. 어머니의 치맛자락은 코흘리개였던 어린 나에게는 평화의 상징이었다. 내게 모든 걸 품어 주셨던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이제는 안타깝게도 기억이 점차 흐려지고,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95세의 할머니가 되었다. 한없이 크고 무엇이든 다 해결해주시는 어머니였건만, 지금은 대소변을 실수하시는 그저 힘없고 어린 할머니가 되어 버렸다. 바람처럼 물처럼 흘러간 세월이 참 야속하기 그지없다.

작년 가을에 우리 가족은 회의 끝에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 드리기로 결정했었다. 하늘이 무심히도 맑은 어느 날, 우리 가족은 요양원에 아무것도 모르시는 어머니를 맡기고 아무런 말도 없이 눈물만 훔치며 집으로 되돌아 왔었다. 그날 저녁 무거운 마음으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아픈 가슴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아내가 한없이 울면서 내일 다시 모셔오자고 하여 다음날 어머니를 모셔 온 적이 있다. 아내가 다시 모셔오자고 할 때 아내의 마음이 감사하면서도, 힘들게 내린 결정을 별다른 대책 없이 번복하는 것인가 울면서 화를 낼 정도로 마음이 너무나 복잡했다. 우리를 살뜰히 키워주신 어머니가 이젠 도리어 우리에게 짐이 되어버린 현실이 너무나 슬프고 괴로웠지만, 다시 함께하기로 한 시간을 정답게 보내려 노력했다.

어머니와 함께했던 동안 어머니는 노환으로 내가 당신의 막내아들인 사실조차도 모르셨지만, 일요일 저녁 나는 다시 찾아오는 한 주의 근무를 위해 아내가 일주일 식량을 바리바리 챙겨주면 어머님께 "일주일간 잘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드리고 집을 나서곤 했다. 학창시절 집을 나서며 수없이 했던 작별인사를 변함없이 건넬 수 있었던 그 일상이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했었다. 반년을 더 모시고 생활하다 결국은 최근에 웃는 마음으로 어머니를 요양원에 보내 드렸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 벚꽃이 찬란하게 피었다. 내 모든 것을 가슴으로 품어준 어머니의 하얗게 센 머리와 굽은 등을 뒤로하자니, 올해 벚꽃은 유독 슬프게 보인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풍수지탄(風樹之嘆)의 심정을 느끼지 않길 바란다. 부모님에 대한 사랑을 뒤늦게라도 표현하기를 바란다. 지금 이 순간 "엄마"라고 크게 한번 부르고 작아진 어깨를 한번 살포시 안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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