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20.04.08 16:29:16
  • 최종수정2020.04.08 16:29:16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에 '벙것들'이라는 마을이 있다. 원래 이 마을에 번개가 많이 쳐서 번갯들이라 하였는데 마을 사람들이 번개에 맞아 죽자 벙것들로 바꾸어 부르게 되었다는 속설이 전해오지만 비나 눈이 오거나 천둥 번개가 치는 자연 현상은 어느 마을에나 있으며 번개에 맞아 사람이 죽는 일도 가끔 있는 일이므로 이 마을에만 있는 특이한 현상이 아니므로 마을의 이름으로 부르게 될 만한 이유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 같다. 다만 원래의 마을 이름이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변이가 되다 보니 원래의 의미를 잃어버린 것으로 짐작이 된다. 오랜 동안 마음 속에 두고 그 의미를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알 수가 없었는데 '방개울' 마을의 지명 유래와 어원을 찾던 중에 갑자기 연관성을 찾아내고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방개울'은 '밤'에서 변이되어 만들어진 재미있는 지명 중에 하나다.

제천시 수산면의 율지리(栗枝里)의 자연 지명은 '방갓골'이고 한자로 '율지리(栗枝里)'라 표기한 것은 '방'이 원래는 '밤'이었음을 알 수가 있으며, 전북 진안군 진안읍 반월리의 방개울, 경남 합천군 물야면 율지마을, 경남 고령군 덕곡면 율지리, 충청남도 천안시 서북구 차암동의 율지(栗地) 등이 밤나무가 많아서 지어진 이름이라고 전해오는 것을 보면 모두 '밤'과 관련된 지명임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밤'이 '밤(栗)'의 의미라면 뒤에 '가'라는 말이 붙어 쓰일 수가 없는데 강원도 문천시 부방리의 '자방개울', 강원도 철원군 마방리의 '마방개울', 강원도 통천군 보탄리 '제방개울' 들에서 '방개울'의 앞에 수식어가 쓰이는 것은 '밤'의 위치나 모양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이며, 평안북도 문산군 마상리의 '묵방개울'은 '묵방'이 '묵은배미'에서 온 말임을 금방 알 수가 있다. 따라서 '밤'은 '밤(栗)'이 아니라 '배미(논)'의 변이음으로 볼 수가 있으며 '방'은 '배미'에서 변이된 말인 것이다.

특히 음성군 삼성면 용대리에서 '방개울'을 한자로 '방가동(方佳洞), 율리(栗里)'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율지(栗枝)'의 '지(枝)'는 배미가 갈라지는 지형으로 보기보다는 '변두리, 주변'이라는 의미의 '가'를 음차하여 '지(枝)'라 했을 것으로 추정이 되므로, '방개울'은 '밤가울(배미가울)'로서 '배미가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로 쓰인 지명임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음성군 삼성면 천평리의 '벙것들'을 주민들은 한자로 '법평(法坪)'이라 표기하였다. '-들'은 '들판을 가리키는 말이므로 쉽게 '평(坪)'으로 표기할 수가 있으나 '벙것'에서 떠오르는 이미지는 '벙거지'밖에 없을 것 같다. 벙거지란 짐승의 털을 다져서 전(氈)을 만들고, 그것을 골에 넣어 위는 높고 둥글며 전이 편평하고 넓게 되어 있는 평량자형의 쓰개(모자)를 말하는데 전립(戰笠, 氈笠) 또는 병립이라고도 하며 벙거지는 대개 관군이 흑의(黑衣)와 병용하거나 전령복(傳令服)에 사용하였다. 일반 벙거지는 아무 장식도 없는 만듦새로 그 재료는 돼지털을 사용하였는데 농촌 마을에서 벙거지라면 농악을 할 때 활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명과는 연관짓기가 어려우므로 이 의미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배미'의 다양한 변이음을 찾아가던 중에 '벙것들'이 떠올랐던 것이다. '방개울'이 '배미가울, 밤가울'에서 온 말로 추정하면서 '벙것들'도 '밤가들(방가들)'에서 온 말로 본다면 '배미(논) 주변에 있는 들판'이라는 의미가 되어 농촌 마을에서 지명으로서의 유연성이 충분하지 않은가?

특히 '배미가 들(배미 가의 들판)'이 있다면 이곳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주변에 있는 마을에 '배미'와 관련된 지명이 있지 않았을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주변의 지명을 찾아보니 바로 인근에 '율산리(栗山里)'라는 마을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었다.

삼성면 선정리는 본래 충주군 천기면의 지역인데 고종 광무 10년(1906)에 음성군에 편입되고 1914년 행정구역폐합에 따라 송선리, 신대리, 금정리, 율산리 일부를 병합하여 송선과 금정의 이름을 따서 선정리라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율산리의 일부는 선정리가 되고 일부는 천평리에 남아 있다는 것이며 '배미가 있는 마을의 주변의 산'이 '율산(栗山)'이 되고 '배미가 있는 마을의 주변에 있는 들판'은 '배미가들→밤가들→방가들→벙것들'의 변이를 추정하는 것은 '방개울'의 변이로 보아 전혀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