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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3.08 15:46:06
  • 최종수정2020.03.08 15:46:06

박의석

금왕 서울마취통증의학과 원장

사회에는 수많은 법과 규칙, 원칙, 권고사항과 같은 것들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들을 모두 다 지키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을 것이다. 운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얼마나 많은 규칙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로부터 무시되고 지켜지지 않는지를. 하지만 이것도 아무 생각 없이 아무 규칙이나 무시되는 것은 아니다. 무시하면 사고가 날 상황에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부분은 무시해도 괜찮겠다 싶을 때 무시한다. 살면서 '규칙에 어긋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별 문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안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한 판단을 행동으로 옮긴 경험도 대부분은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행동방식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당연하고 꼭 지켜야 된다고 알고 있는 규칙이 과연 당연하고 꼭 지켜야하는 것인가 의문을 던지는 사고방식 자체는 인류의 정치, 사회, 문화, 예술, 과학 등 대부분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개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서 규칙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영역이 있다. 의학영역, 그중에서도 특히 전염병 예방에 관련된 원칙이다.

의학의 다른 수많은 영역들과 달리 전염병 예방에 관련된 원칙들은 의료인만이 아닌 모든 사회구성원이 지켜야하는 원칙이다. 백신이 있는 전염병의 경우 병의 전염력에 따라 특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면 소수의 미접종자가 있더라도 공동체는 보호된다. 백신이 없는 전염병의 경우 절대 다수가 원칙을 지키더라도 소수의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대유행이 발생할 수 있다. 고로 백신이 없는 전염병으로부터 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원칙을 지켜줘야 한다. 사고가 날 상황에서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이 드물 듯이 일부러 대유행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그 원칙을 어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내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해볼 때 이 원칙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 고 판단해서 어긴 것이다. 특별한 의학적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오히려 전혀 의학적이지 않은 미신에 가까운 견식을 의학적 지식이라 믿고 그것에 기반 하여 전문의학계에서 만든 원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다.

현대의학에서 만들어지는 원칙들은 어느 것 하나도 대충 짐작으로 그러면 될 것 같아서 그렇게 만들어져 있는 것은 없다. 의학은 과학이므로 쓰이는 모든 문장 하나하나가 다 실험으로 검증이 된 연후라야 쓰인다. 그냥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것처럼 보이는, 이를테면 '감염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가 중요하다' 같은 상식적인 원칙조차 오랜 세월 수많은 실험으로 검증을 마쳤기 때문에 원칙으로 확립이 된 것이다. 기존의 특정 원칙을 무시해도 된다는 종류의 판단 역시 해당 원칙을 무시해도 괜찮았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입증 되어 논문으로 발표가 되면, 세계 유수의 의료기관들에서 재차삼차 실험을 통한 검증이 반복 되고, 그러한 연후에 비로소 국제학회에서 각국의 권위자들이 모여 기존 원칙을 어떻게 고칠지, 무시한다면 언제 어떻게 무시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러한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심지어 기존의 원칙이 틀렸다고 주장하는 의사라 하더라도 그 원칙을 지킨다.

다시 말해 전염병 예방 원칙이나 자가 격리 수칙 역시 불필요하거나 과하게 보일지라도 확실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게 정해진 것이다. 설혹 감염내과 전문의라 하더라도 개인의 지식과 경험으로 판단하여 무시할 수 있는 원칙이 아닌 것이다. 백신이 없고 전염력이 강한 질병일수록 소수의 일탈만으로도 공동체가 큰 위협을 받게 되므로 이 원칙들은 권고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엄수해야하는 수칙이다. 본인의 지식과 경험에 의거 아무리 괜찮을 것으로 판단이 되더라도 격리 대상자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이 아닌 한, 격리 수칙을 반드시 지켜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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