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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2월말, 청주와 창원을 오르내리며 행하던 손주의 육아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승용차를 이용해 육백여리 길을 달려오며 아내와 필자는 그동안의 생활을 곰곰 되짚으며 시원함과 섭섭함을 번차례로 맛보았습니다. 그동안 거의 영어(囹圄)의 몸으로 지내며 육아에 시달렸기에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 있는 생활을 되찾게 되었다는 후련함과 함께 13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품에 안은 채 함께 뒹굴었던 손주를 자주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움이 공존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처음 손주의 육아를 맡게 된 것은 아이가 태어난 지 14개월쯤 되었을 때였습니다. 걷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빠른 걸음을 걸을라치면 넘어질 듯 뒤뚱거려 양팔을 벌리고는 보호벽을 만들며 함께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 녀석을 입히고 먹이고 재우고 씻기며 27개월이 될 때까지 함께 생활했습니다.

동안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발음하지 못해 우리를 부를 때면 '할'이라고 통칭(統稱)하던 녀석이 호칭은 물론 일상적인 일들을 문장으로 꾸며 능숙하게 말함으로써 제 부모는 물론 어린이집의 교직원들 모두가 빠른 언어능력에 놀라움을 나타낼 정도로 자랐습니다. 가끔은 제 또래의 아이들이 사용하기 어려운 차원 높은 어휘를 사용해 주변을 놀라게 하기도 하구요. 그럴 때면 열심히 책을 읽어준 우리 부부의 노력도 조금은 영향을 미쳤구나 싶어 뿌듯하더군요.

손주를 키우면서 보람도 많았지만 힘들었던 기억도 많습니다. 아들 부부가 노부모의 어려움을 헤아려 15개월이 조금 넘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넣었는데, 적응기간 동안 어린이집에 함께 머물며 가만 관찰해 보니 동년배인 다른 아이들에 비해 11월 중순생인 손주는 상대적으로 너무 어려 적응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어린이집의 등원을 4개월 뒤로 미루도록 했는데, 그게 자업자득이 되더군요.

조부모와 24시간을 함께 지내게 된 아이가 혹 사회성이 떨어질세라, 친구 하나 없이 노인 부부와 어울려 반복하는 일상에 권태를 느낄세라, 매일 매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하려니 손주의 재롱을 보는 즐거움은 컸지만 조금은 힘이 부치더군요. 거기에다 집안 살림까지 맡다보니 식생활 준비며 세탁이며 집안정리며 분리수거며 할 일이 산더미 같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 모든 것을 함께 마음을 모으며 지혜롭고 슬기롭게 이겨냈습니다. 때때로, 둘이 힘을 모아 하는데도 이리 힘이 드는데 혼자였다면 어쩔 뻔했냐는 위안도 하면서.

육아를 하는 동안 돌아가신 어머니가 참 많이도 생각나더군요. 주로 아내가 어머니를 대화 속으로 모셔오곤 했습니다. 생전의 어머니의 고생이 새삼스러움으로 다가왔던 것이지요. 당신은 참으로 오랜 세월을 맞벌이를 하는 우리 부부를 위해 두 손주를 키우는 한편으로 집안의 살림살이까지 도맡아 고생하셨거든요. 우리 부부가 둘이 힘 모아 하는데도 그리 힘든 일을 홀로 이겨내셨으니 그 어려움이 얼마나 컸을 것인지 미루어 짐작되었던 것이지요. 그때마다 생전에 더 잘해 드리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품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차에 실렸던 짐을 집으로 들인 뒤 커피를 마시며 잠시 숨을 고르던 중이었습니다. 며느리가 전화를 걸어왔더군요. 손주가 할아버지가 보고 싶다며 울고 있어 연락을 했다는 것이었지요. 이어진 영상 속에서 손주는 정말로 양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울었습니다. 기른 정이 무섭구나 싶더군요. 필자 역시 손주가 보고 싶어 울적하던 심사였기에 울컥해서는 마주 눈물을 쏟았습니다. 이후로도 필자는 때때로 손주가 생각날 때면 아내 몰래 눈물을 훔치곤 합니다. 그리움, 그거, 마음대로 팽개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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