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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용섭

충청북도농업기술원장·교육학박사

농업을 영어로 쓰면 agriculture이다. 토양이나 밭, 농사를 뜻하는 agri와 문화를 의미하는 culture의 합성어로서 농업 그 자체가 문화를 함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통적으로 대표적인 문화의 상징인 의식주(衣食住)도 농업에서 파생되었다. 잠사(蠶絲)와 목화 등으로 옷을 짓고, 쌀과 밀, 보리, 감자를 주식으로 하며, 흙과 짚, 나무로 쌓고 엮은 집에서 거주하는 등 모두 농경문화의 산물이다. 그 중심에서 농민들은 토속적인 향토음식과 짚풀공예, 한지공예, 황토방과 같은 위대한 작품을 낳은 예술가이자 문화 창작자였다.

인류는 농업 활동을 통해 역사와 전통, 가족과 마을 공동체, 그리고 정주지역과 소속감 등 고유의 정체성을 형성해 왔다. 한해 농사의 주기에 따라 풍년기원, 추수감사, 병해충 방제 등 농업과 관련된 다양한 의례가 전승되어 왔다. 이와 같이 해마다 같은 시기에 반복되는 세시풍속이나 축제, 농사의 풍년과 지역 공동체의 안녕을 기원하는 행사가 농업문화이다. 지금은 대부분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농촌의 품앗이, 대동계 등과 같이 수 세대를 이어 온 공동체 활동과 조직이 독특한 지역문화를 형성하고 유지 발전되어 왔다.

이렇듯 문화유산으로서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유네스코(UNESCO)에 지정하는 세계유산과 차별화하여 농업에 기초한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제도를 2002년에 신설하였다. 생태적인 변화는 물론 사회적인 환경 변화에 적응하면서 끊임없이 진화해 온 살아있는 농업시스템으로 농업유산을 규정하고 식량 및 생계의 안정성, 농업생물의 다양성, 지역 및 전통적 지식시스템, 문화·가치체계 및 사회조직, 그리고 경관과 해안의 독특함 등 5가지의 등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 필리핀, 한국 등 벼 재배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계단식 논(terrace)은 아름다운 경관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토양의 침식을 방지하고 폭우 등 재해로부터 주거지역을 보호하며, 자연적으로 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그 예이다. 2020년 1월 현재 세계 21개국의 57개 지역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되어 있고, 우리나라는 완도 청산도 구들장 논, 제주 밭담, 하동 전통차 농업, 그리고 금산 전통인삼 등 4개소가 등재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농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농법의 기계화 등으로 전통농업과 농업경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인식하에 2012년부터'국가중요농업유산'제도를 도입한 이래 현재까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4개소를 포함하여 구례 산수유농업 등 15개소가 지정 운영되고 있다.

안타깝게도 충북에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이 한 곳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현재 지역 주민들이 박물관 건립을 촉구하고 있는 1만5천여 년 전 세계 최고(最古)의 청주 소로리 볍씨, 조선시대 3대 약령시장의 명성을 이어온 제천 약초산업, 삼한시대 축조된 의림지, 진천 용몽리 및 영동 설계리 농요(農謠) 등 우리지역에도 이에 견줄만한 문화적 가치가 높은 농경문화유산은 많다. 소로리 볍씨가 발굴된 지역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팽나무제와 달집태우기 등의 행사와 함께 마당극 및 풍물패가 전승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토종 벼와 잡곡 등을 재배하는 생태단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하여 올해부터 내년까지 농경문화 소득화 모델 시범사업도 전개한다.

위에 언급한 우리지역의 농경문화유산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기준에 합당한지 여부를 떠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 농촌 마을의 곳곳에 아직 발굴되지 않은 채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유형, 무형의 자원을 농업·농촌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자산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문화는 자연과의 공존,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수천 년에 걸쳐 농업활동을 지속해 온 선조들의 삶과 지혜의 산물이다. 옛 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법고창신(法古創新)'정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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