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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20.02.23 16:04:30
  • 최종수정2020.02.23 16:04:30

김정범

시인

과학자들이 '제노푸스 라에비스(Xenopus laevis)'라는 아프리카 개구리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스스로 움직이고 치료하는 로봇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생명체에게 과학자들은 '제노봇 (Xenobot)'이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제노봇은 체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영양분의 공급이 없이 10일 정도 활동할 수 있다. 이 새로운 생명체의 성장은 인간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까. 생명과학과 의술의 발달에 따라, 인간의 수명은 빠른 속도로 길어지고 있으며, 이제 많은 사람이 성형으로 얼굴을 바꾼다. 치료목적이 아닌 맹목적인 미를 추구하는 문화가 상식이 된 사회다.

올해 나는 201살매장을 누비며 나를 쇼핑하는 것은언제나 두근거리는 일내 몸 각 부위의 만료일을 확인하고기한이 다 된 부위부터 쇼핑을 한다

1구역에선시력 7.0짜리 노란 안구와 8.7짜리 파란 안구를 산다얇은 눈빛은 두꺼운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몸을 갈아입으면 고여 있는 삶이 출렁일까.

2구역으로 향한다교차하며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지난해 중고로 판 내 얼굴이 누군가의 몸 위에 달려무표정하게 나를 스치며 내려간다.

입구에 발을 딛자 팔과 다리가 즐비하게 진열되어 있다묶음 판매대에서는 팔다리 세트도 판다하나 값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는 절호의 찬스

오늘도 나는 즐거운 리무빙을 하며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잃고 또 나를 얻는다

― 김나비, 나를 쇼핑하다 전문

위 시의 화자는 <201살>로, 기한 만료된 자신의 몸의 부위를 구매하여 새로운 몸으로 대체하는 미래 인간이다. 모든 몸을 쉽게 교체할 수 있는 부품화된 인간의 세계. 이곳에서는 <중고로 판 내 얼굴이 누군가의 몸 위에 달려 무표정하게> 스쳐 지나갈 뿐, 타자와 교류하는 자아의 얼굴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시대가 인간의 순수한 정신보다 기능과 효율을 중시하는 물질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익숙한 방식으로 나를 잃고 나를 얻는> 이 세계는 금력을 쥔 인간들이 다스리는 매우 불공평한 사회일 것이다. 즉, 돈이 지배하고 있는 디스토피아의 세계인 것이다. 화자는 <얇은 눈빛은 두꺼운 과거의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몸을 갈아입으면 고여 있는 삶이 출렁일까>라고 회의하지만, 결국 <하나의 값으로 두 개를 살 수 있는> 욕망과 경제의 논리에 무너진다.

시인의 상상력은 현실의 인간 욕망을 극대화하여 미래의 세계를 그린다. 그리고 미래를 통해 '인간의 즐겁게 썩어가는 과거'인 현재의 모습을 재생하고 있다. 미래는 현재가 만들어나가는 어떤 패러다임이고, 현재의 방향에 따라 미래의 패러다임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성형중독'이라는 말이 아무렇지 않게 들리는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 AI가 만든 이미지를 인간의 모습에 조합하는 표준화된 인간의 시대가 올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그 세계는 인간의 진정한 아름다운 모습인 '다양성과 창조성'을 상실한 디스토피아가 될 것이다. 1931년 헉슬리는 '멋진 신세계'라는 SF소설을 통해 디스토피아의 모습을 그렸다. 헉슬리의 '기계화된 인간 문명에 대한 경고'를 시인은 즐겁게 <나를 쇼핑하는> 인간의 모습을 통해 다시 경고한다. 행복해 보이지만 지옥이나 다름없는 멋진 신세계. 살아있는 세포인 제노봇의 탄생은 마치 이 모든 것의 시작인 것 같아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과학은 인간에게 유용함을 줄 수 있지만, 그것이 인간의 욕망 만을 위하여 사용된다면 필연적으로 부작용과 희생이 따를 것이다.

몇백 년 후의 인간들은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다양한 사람들이 평등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게 될까. <시력 8.7짜리 파란 안구>는 눈물을 흘릴까. 인간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시는 물질적 효율에 의해 사라지는 인간성의 단절과 시대의 흐름에 대해 아픈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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