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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청주시 남이면 행정복지센터 주무관

"정민아, 너 인사 났어. 남이면이래!"

지난해 3월 어느 날, 퇴근인사를 하던 중에 서무 담당자의 외침을 듣게 됐다. 세무직 공무원이 면 행정복지센터에 근무하는 것이 흔치 않은데 잘 된 거다, 좋겠다, 부럽다 등 축하의 말이 뒤따랐지만 당시 내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처음'이 갖는 의미가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첫 번째 사회생활, 첫 번째 발령 부서, 첫 번째로 맡은 업무, 첫 번째로 만난 사람들. 이 모든 것이 당장 한 주 뒤면 바뀐다니. 집에 가서 왠지 모를 서글픔에 펑펑 울어버렸다.

그 뒤로 일 년하고 9개월이 더 지났다. 남이면에 근무하면서 구청에서는 결코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접하고 배울 수 있었다. 처음 면에 와서 제일 신기했던 것은 여러 '단체'의 존재였다. 새마을부녀회, 새마을지도자협의회를 비롯한 바르게살기위원회, 자유총연맹까지. 이러한 단체들은 단순히 친목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캠페인 등 면 행사에 협조하며,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이웃들을 살핀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행하는 꾸준한 봉사활동. 우리 사회가 큰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는 것은 미처 행정력이 닿지 못하는 곳곳에 꾸준하게 소외된 이웃을 챙겨주고 보살펴주는 이런 단체가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면에 근무하면서 '더불어 살아가다'라는 말의 의미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

면에서 근무하면서 성격이나 행동에 변화가 생겼는데, 아마도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각종 '행사'에 임하는 태도일 것이다. 담당자로서 화재 대피 훈련이나 지진 대피 훈련, 유해환경 개선 캠페인 등 행사를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전에는 하라니까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수많은 사람들 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막상 담당자가 돼 직원들의 협조를 얻으려니 그동안 비협조적이었던 나의 행태를 절로 반성하게 된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은 일도 많았다. 면에 단골로 찾아오는 민원인이 있는데 술에 취해서 오면 꼭 재무 담당자에게 와서는 삿대질과 함께 어깨를 밀쳐가면서 고지서 나한테 보내지 말라고 소리를 지른다. 나쁜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날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 컴퓨터에는 손을 댄 적이 없었는데 컴퓨터까지 잡아 흔들면서 열을 내니 도저히 감당이 되지 않았고, 결국 부면장님이 본인이 진정시킬 테니 그동안 나가 있다가 들어오라고 말씀하셨다. 면 행정복지센터 주변을 맴돌다가 한 이장님을 마주쳤다. 바로 상황을 아시고는 도와주겠다며 사무실로 들어가셨다. 잠시 후 민원인은 이장님과 함께 순순히 밖으로 나왔다. 어이가 없으면서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얼마 전에는 7월 인사이동으로 그동안 정들었던 팀원들이 나만 빼놓고 모두 다 구청으로 인사이동이 난 것이다. 한참 상실감에 슬퍼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셨는지 부녀회장님이 전화를 해 "정민 씨, 너무 슬퍼하지 말아요. 우리가 더 잘 해줄게!"하면서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는데 웃음이 터져 나오며 마음이 따듯해졌다.

눈물로 시작한 남이면 생활, 언젠가 끝이 난다면 마무리도 눈물이 될 것 같다. 남이면의 모든 것들과 정이 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직렬 특성상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면 생활. 그게 남이면이라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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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