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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미

청주시 공원관리과 주무관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다. 나는 엉엉 울었고, 남편도 눈물이 좀 났다고 했다. 영화 내용에 반감을 갖는 남자들이 많다고 해서 보러 가기 전부터 남편의 반응이 궁금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카페에 앉아 자연스럽게 물었다.

"어땠어? 어떤 생각이 들어?"

극단적인 상황 설정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저런 상황이라면 매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현실에 존재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영화에 나오는 내용들은 한 번쯤 뉴스에 나왔던 이야기다. 진짜 '맘충'이라는 말이 있고, '화장실 몰카'는 실제 일어나고 있다. 커피 한잔하면서 나눈 영화에 대한 감상평은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는 좋은 대화 주제였다.

영화를 보지 않은 남자들은 그냥 페미니즘 영화라 싫다고도 하고, 왜 72년생이 아니고 82년생이냐 라는 불만도 제기한다. 적어도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남편들은 영화 속 나쁜 남자들과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 내 직장 동료들만 봐도 영화에 나오는 이기적인 남자들과는 다르다. 남편 말대로 영화에서 극단적으로 표현된 남자들의 모습은 일부에 불과하다. 단지 그 일부의 남자들 때문에 여자들은 고통을 받고 있고, 원래 나쁘고 아픈 게 더 표현이 잘 되듯 여자들의 고충을 표현한 영화가 먼저 나온 것 같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오히려 남자들의 고충을 더 알 수 있었던 것 같다. 공동육아를 하면서 남자 역시 왜 힘든 점이 없겠는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엄마·아빠 모두 같을 것이다. 일은 일대로 해야 하고 아이도 돌봐야 하는 영화 속 직장 남자들은 "나도 육아휴직 좀 쓰고 싶다"라고 외친다. 회사에선 육아휴직이 말뿐인 제도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에서 밀릴 뿐만 아니라 자리까지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누가 쉽게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겠는가? 영화를 보기도 전에 왜 남자를 나쁘게 표현했냐고 생각하지 말고 일단 보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해줬으면 좋겠다. 페미니즘 영화인지, 몇 년생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쓴 글이 어떻게 비칠지 모르겠다. 워낙 예민한 문제고 관심 많은 주제라 걱정하면서 써 내려갔다. 그냥 내가 느낀 점을 소탈하게 적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보면서 그리고 다 본 후에도 눈물이 펑펑 났던 건 비단 여자, 육아, 경력단절에 대한 공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를 키워준 부모 세대, 아픈 부인을 보면서 힘들어하는 남편,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육아정책 이런 것들에 쓸쓸한 날씨가 더해져 더 울었던 것 같다. 어쨌든 오랜만에 많이 울었고, 그래서 그런지 속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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