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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29 14:58:28
  • 최종수정2019.12.29 14:58:28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인간은 홀로 살지 못한다. 관계를 맺으며, 함께 살아가게 되어있다. 함께 살기 위해서는 길동무가 필요하다. 하지만 마음에 맞는 길동무를 찾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좋은 관계에 의한 만남이 되면 멋진 여행, 멋진 시간이 만들어질 것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 한마음 한뜻으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은 흔하지 않다.

배신은 가장 무서운 손해이며, 이별은 만남을 허망하게 만든다. 이처럼 관계는 중요하다. 삶은 나 이외 다른 대상, 즉 다른 존재와 함께 살아간다는 것으로, 나 이외 대상과 관계를 맺는 것이다.

내가 거주하는 집을 짓는다는 것, 소유하게 된다는 것 역시 나 이외 다른 대상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이러한 관계 맺음을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관계 맺음 중심에 집이 있으며, 집을 중심으로 우리는 살아간다.

내 골방 커-텐을 걷고/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바다 흰 갈매기들 같이도/인간은 얼마나 외로운 것이냐.//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 보련다/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 것에/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저-십이성좌(十二星座) 반짝이는 별들에게도/종소리 저문 삼림(森林)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시멘트 장판 위 그 많은 수인들에게도/의지할 가지 없는 그들의 심장이 얼마나 떨고 있는까//고비사막을 걸어가는 낙타 탄 행상대에게나/아프리카 녹음 속 활 쏘는 인데안들에게라도/황혼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지구 반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

- 하략 -

-이육사, 「黃昏」 부분

골방에서 "커튼을 걷고" 외부공간으로 시선을 옮겨 대상과 관계 맺기하는 행위는 병을 이겨내고 우주와 같은 활짝 열린 성찰을 내면에 가득 채우려는 긍정적인 태도이다.

"흰 갈매기"는 외로움을 상징한다. 대상과 관계를 통해 소통하는 외로움은 황금빛 저녁놀과 같이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외로운 존재인 우리는 "황혼아 네 부드러운 손"에 의해 어루만져지고 달래질 수 있어 위안이 된다.

"내 골방 커튼을 걷고/정성된 마음으로 황혼을 맞아들이노니"는 편안하고 행복감을 주는 존재인 저녁놀을 맞아들이면서 좋은 관계, 배신과 이별이 없는 시간을 보내야겠다.

때문에 "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출 수 있는 것이다. 이는 황혼과 화자가 일치되어 세상 품에 안긴 모든 외로운 존재들과 함께하겠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뜨거운 입술"은 꺼져가는 생명의 불꽃을 다시 회생시키는 힘이 된다. 절망적인 상황에 서게 되면 인간은 스스로 일어서려는 강인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제 존재에 대한 관계 의미를 구체적으로 표지(標識)해야 한다. 관계에 의한 구체적 표지는 사물들을 명백하게 추상적인 위치 이상의 어떤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반짝이는 별들", "종소리", "삼림", "수녀들", "수인들", "낙타탄 행상대", "토인" 등으로 관계에 대한 총체성을 나타낸다.

관계 맺으며, 함께 살아가기 위한 중심이 되는 집을 이육사 「黃昏」을 통해 알아보았다. 집이 있고 나서야 마음에 맞는 길동무를 찾을 수 있다.

모든 관계는 환경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관계들은 존재에 대한 본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현실의 긴장과, 위태로운 불안, 외로움을 벗어나, 존재의 구체적인 성질을 잃어버리지 않게 만든다.

황혼의 황금빛에 안겨 있고, 황혼을 바라볼 수 있는 거리 안에 있는 존재들과 함께 한다면 외롭지 않을 것이다. 나와 함께 외로운 이들과 가련함을 나누면서 희망찬 미래를 보여주고 있는 길동무인 아내에게 "당신을 이끼고 존중하고 사랑합니다"라는 인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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