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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2.16 16:31:29
  • 최종수정2019.12.16 16:31:29
[충북일보] 한 해가 갈 즈음 내놓은 교수사회의 일갈(一喝)이 거세다. 201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가 뽑혔다. 상대를 죽이면 함께 죽는다는 뜻이다. 분열된 사회를 반영하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 교수사회의 거센 일갈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하루 전이다. 여야 상생의 비전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정치권의 분열과 갈등은 변치 않는 현상이 됐다. 교수사회가 내놓은 사자성어가 작금의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웅변하고 있다.

물론 공명조(共命鳥)는 현실에는 없는 상상의 새다.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다.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하나는 밤에 일어나곤 했다. 몸은 하나인데 머리가 두 개로 각각 성질이 달랐다. 서로 시기하고 미워했다.

어느 날 한 머리가 맛있는 과일을 혼자 먹었다. 화가 난 다른 머리가 한 머리를 죽일 생각을 했다. 다른 머리가 한 머리 과일에 독을 탔다. 한 머리가 독이 든 과일을 먹어버렸다. 독이 온몸으로 퍼졌다. 그런데 한 몸의 두 머리가 함께 죽었다.

공명지조는 목숨의 공유를 망각한 화(禍)를 가르친다. 한국 정치의 현재 상황을 알리는 강력한 메타포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는 걸 모르는 어리석음을 알려준다. 이기려고만 하는 여야 정치권의 무모함을 고발하고 있는 셈이다.

현실정치에서 공명조는 여야를 상징한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른다. 두 진영은 지난 9월부터 공명조의 두 머리처럼 굴고 있다. 한 쪽은 광화문 광장에, 다른 한 쪽은 서초동에 서 있다, 조국 사태로 갈라져 서로의 주장에만 열중하고 있다.

국회는 원내에서도 여전히 협상과 타협을 잊고 있다. 상대를 죽여야 내가 산다는 식의 대결만 벌이고 있다. 편협한 진영 논리가 선(善)으로 득세하고 있다. 상대의 주장엔 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저 배척만을 위한 듯 귀를 닫아버렸다.

새는 언제나 두 날개로 난다. 한쪽이 꺾이면 추락하게 된다. 한국의 정치도 다를 게 하나 없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보수와 진보의 서로 다른 철학이 균형 유지의 지렛대로 작용하고 있다. 알바트로스의 긴 순항을 지탱하는 두 날개와 같다.

그런데 한국 정치판의 여야가 이걸 잊고 있다. 보수와 진보가 균형의 진리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다. 한쪽만이 선인 듯 이념의 심각한 분열 증세를 보이고 있다. 공명조가 독을 삼키듯 서로를 꺾으려 달려들고 있다. 양극단의 이분법적 원리만 주장하고 있다.

조국사태로 특히 심했다. 하루도 조용할 날 없었다. 서로 치받고 격돌했다. 막말을 쏟아내며 상처 내며 달려왔다. 한해 마무리 시점까지도 바뀐 게 없다. 심지어 의석 나눠먹기로 흥정의 정치 행태를 보여줬다. 막판의 대치가 역겹기까지 하다.

숱한 세월에도 정치가 공명(共命)의 이치란 걸 깨닫지 못하고 있다. 조국사태가 그랬고 지금의 패스트트랙도 마찬가지다. 결국 '이게 나라냐'는 물음이 또 나왔다. 불과 2년 반도 안 돼 다시 등장했다. 한심한 정치로 국민 모두를 부끄럽게 했다.

물론 국민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다. 위정자들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공정과 공평, 정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공멸대신 공생(共生)의 법을 생각해야 한다. 잘 발달한 정치의 숙명은 공생이자 상생이다. 궁극적으로 윈-윈이다.

*** 상생의 길을 찾아내라

상생의 정치를 되살려야 한다. 대결 대신 협치를 구현해야 한다. 힘의 우위로만 밀어붙여 될 게 없다. 대화를 강조해야 한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싫든 좋은 국민의 시간이다. 공멸(共滅)로 가는 길을 여기서 막아야 한다.

교수사회가 내놓은 공명지조는 국정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다. 국정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의 모습에 대한 평가다. 여야의 한없는 욕심을 버리게 해야 한다. 관견(管見)으론 세상을 옳게 보기 어렵다. 대롱을 통해 하늘을 봐야 대롱 만큼이다. 원자폭탄과 핵이 무서운 이유는 한 가지다. 잘못되면 그 끝이 공멸이기 때문이다. 공멸하면 끝나고 다시 시작할 수 없다. 끝나면 그걸로 끝일뿐이다. 갈등과 분열의 끝 역시 마찬가지다. 상생의 길을 찾을 수 없다.

짠맛 잃은 소금처럼 침묵할 게 아니다. 내가 먼저 내 집 마당 한 모퉁이를 쓸어야 지구가 깨끗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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