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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너, 페미니스트니?' '뭐 꼭 페미니스트라고 할 수는 없지만' '페미니스트가 있어서 말조심해야하겠네' '난 페미들은 좀 그래' '페미니스트말고 상대방이 반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게 순화시켜서 말해 봐'

이런 말들에서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검은 오해를 본다. 스웨덴 성평등 교육 필독서라는 수식어가 붙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책에서는 페미니스트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우리 모두가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차별적 상황에서 거듭된 문제제기를 했던 저자에게 상대방은 "알았어, 너 꼭 페미니스트 같아"라는 말을 한다. 저자는 그 말은 칭찬이 아니었는 것을 바로 알아챈다. 마치 그 말은 " 너 꼭 테러 지지자 같아" 라고 말하는 어조였기 때문이다.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게 다가온다. 페미니스트라는 자기정체성을 가지고 살기에 우리 사회는 너무 촘촘하게 남성중심적 사회이기 때문이다. 정치 사회 문화 모두 남성중심적으로 짜여있는 이 사회의 공기는 내가 숨쉬고 마시고 하는 일상까지 지배해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알아차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이 땅의 페미니스트들은 항상 힘든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나쁜 행위도 관행으로 굳어지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 너무도 많은 저항이 뒤따르게 되어있다. 내가 페미니스트라고 선언하기를 주저하는 이유이다.누군가에게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을 끊임없이 지적하고 바로잡아야 할 것 같은 무거움과 함께 피해의식, 과민반응으로 매도되고 폄하되는 것을 차마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응고지 아디치에는 "나는 페미니스트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남자든 여자든, 맞아, 오늘날의 젠더에는 문제가 있어. 우리는 그 문제를 바로잡아야 해. 우리는 더 잘해야 해. 하고 말하는 사람이라고요. 여자든 남자든,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여전히 성희롱이 친밀감의 표현이라고 변명하는 사회, 화장실에 들어가면서 불법촬영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여성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덜 받는 사회, 남성의 과대표성에 눌린 사회를 보며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런 사람이 페미니스트라면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노력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성차별에 저항하는가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여성들의 경우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할수록 적극 대응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이 성차에 의해 차별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 자체에는 동의한다. 그렇다면 차별의 대상자들이 차별을 지적함으로써 불이익을 보지 않도록 하는 것, 피해자들이 자기검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도 우리 사회는 적극적이어야 한다

촘촘하게 둘러싸인 남성중심사회에 불편함을 느끼고 나와 우리의 일상과 행동을 좀 더 나은 사회로 바꾸어 나가기를 원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선언하라.

'#나는 페미니스트입니다' 라고. 이 선언은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 성차별과 억압이 남아있으며 나는 기꺼이 그것을 문제 삼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 성별의 차이나 성적 지향에 의해 차별받는 것에 반대한다면 그게 바로 페미니스트다. "저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이라고 방어를 할 필요도 없다. 그 흐린 말끝이, 그 주저함이 겸손함을 가장한 비겁함이었음을 고백한다.

차별은 사회문화 곳곳에 스며들어 사람들에게 의식적으로든 비의식적으로든 영향을 미치는 '공기'와 같다. 따라서 그 사회에 만연한 차별을 개인이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차별에 반대하는 사회가 되기 위해 우리는 물어야한다. 그리고 말해야 한다.

오늘도 삶의 곳곳에서 차별과 편견에 싸우고 있는 페미니스트 모두가 힘내길 바라며 함께 우리는 변할 수 있다고 토닥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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