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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집에 대한 중요성은 디지털세계가 확장될수록 강조되고 있다. 근대 견고한 이성주의는 흐물흐물한 디지털에 의해 해체되고, 이 해체는 몸에 대한 성찰로 이어져 생태주의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주의(ecologism)는 인간·이성 중심 근대 문명을 극복하려는 주의로 근대 문명이 자연을 수단으로 여겨 온 성장과 개발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되었다.

이와 함께 생명체를 낳고 돌보는 자연을 어머니로 파악하여 여성과 동일시하는 생태 여성주의 역시 남성 중심주의에 매몰된 여성에 대한 가치 즉, 감성이나 영성을 통해 근대 이성주의를 비판하고 여성 문제와 더불어 환경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세계는 구체적인 사건이 현상된 세계로 인간과 동물, 꽃과 나무(숲), 마을과 길, 집과 창문이라는 내부세계와 태양과 달, 별, 구름, 낮과 밤, 계절 등 외부세계가 생태 여성주의, 자연, 대지, 집 등과 어울려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집은 단순히 몸이 머무는 곳이 아니라, 21세기 삶을 실현하는 場으로, 창조적 영혼이 쉴 수 있는 공간으로 확대되어 외적요소와 내적심상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곳으로 중요한 장소이다.

김소월「나의 집」은 생태적으로 살아가는 물리적 장소이자, 안락함과 평안,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중요한 장소성을 가지고 있는 집이지만, "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에서 나타나듯 생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함이 드러나고 있다.

"그대"가 여성이라 했을 때 여기서 "그대"는 여성 부재하거나 상실일 것이다. 집에서 여성이 상실되거나 부재하면 가야 할 길은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길 위에 서 있어야 한다.

김소월은 길 위에서 집을 노래하고 있다. 여기서 길은 선명하게 나타나지만 집은 정확한 실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드러나지 않는 실체와 같이 사라진 사람은 흐릿한 기억으로 남겨진다.

"큰길을 압폐다 두고" 있는 집에서 "지나가는길손을 눈녁여보며,/그대인가고, 그대인가고" 사라져버린 실체를 확인해 보지만 어둠이 내린 큰길 위에 보이는 모습은 지친 길손 모습 뿐이다.

집은 길과(집과 다른 모습으로 자연장소에 자리 잡고 있는)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서로 긴밀한 통일성을 유지하며, 핵심을 한곳으로 모으는 초점으로 작용하여 길 위에 서 있는 인간을 세계 중심에 정위시켜, 스스로 영혼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든다.


하지만 김소월「나의 집」은 주어진 미지 세계에서 오는 님을 기다리는 집으로 님 찾기에 지쳤지만 자신 스스로 정확한 위치를 찾아, 집을 짓고 기다리다 보면 집 앞에서 우연한 만남이라도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들어있다.

평소 가깝게 지내던 사람의 부인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안타까운 소식에 생태와 집, 그리고 여성에 대한 중요성을 떠올려봤다.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말이 스치고 지나간다. 다행히 필자는 어느 날 내 안에 들어와 집을 지어줄 사람을 기다리던 중 우연한 만남으로 집을 찾았다.

옆에 있을 때 잘해야 하며, 아끼고 존중하고 사랑하면서 살아가야겠다. 다시는 여성 상실과 부재를 경험하지 않겠다며 밤하늘을 올려다 본다. 창공에 별이 곱게 빛나고 있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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