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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겨울밤, 온 가족이 따뜻한 아랫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방 한가운데에서 파다닥하고 날아가는 비행체가 보입니다. 모습이 시커먼 '강구'입니다. 어린 손자가 놀라 이불 속으로 숨자 할머니가 웃으시며 "괜찮다. 돈벌레네. 집에 돈이 들어오려나 보다" 하십니다. '돈벌레'라 불리던 '강구', 그것은 바로 바퀴벌레였습니다. 바퀴벌레는 바퀴라고도 합니다. 바퀴와 바퀴벌레, 두 단어 모두 표준어입니다. 반면 '강구' '돈 강구'는 사투리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코가 길어서 코끼리, 귀뚤뀌뚤 울어서 귀뚜라미라고 하는데, 바퀴벌레는 도대체 어디에 바퀴가 달려있기에, 아니면 어떤 모습이 굴러가는 바퀴를 닮았기에 바퀴벌레라고 명명했을까요?

궁금해졌습니다. 검색창을 열심히 두드리니, 조선 후기 헌종 때 이규경이 라는 사람이 쓴 '오주연문장전산고'에 바퀴벌레를 '우리나라에서는 박회라고 부르기도 하고 강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간혹 볶아서 먹는 사람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결국 '박회'가 바퀴나 바퀴벌레로 바뀐 것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굴러가는 바퀴의 옛말이 '박회'라고 합니다. '강괴'는 '강구'를 이르는 말입니다. 물론 사투리입니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한때 '방위병'과 '바퀴벌레'의 공통점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돌았습니다. '첫째, 없는 곳이 없다. 둘째, 떼로 몰려다닌다. 셋째, 밤이 되면 도심 뒷골목에 출몰한다. 넷째, 여성들이 싫어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사실 바퀴벌레는 여성 남성을 떠나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싫어하는 벌레지요.

근데 '라쿠카라차'가 뭐냐고요? '라쿠카라차'는 멕시코에서 '바퀴벌레'를 이르는 말입니다. 우리는 이 노래를 아주 신명나게 부릅니다. 우리나라 말로 번안되기는 '병정들이 전진한다. 이 마을 저 마을 지나…라쿠카라차 라쿠카라차…"입니다. 노래의 곡조며 가사가 아주 입에 착 감깁니다. 그런데 '라쿠카라차'가 바퀴벌레라니요. 속이 좀 거시기합니다.

멕시코에서 이 노래를 부르게 된 연유에는 아픈 역사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멕시코인들이 비참한 처지의 자신들을 바퀴벌레에 비유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끈질긴 생명력을 지녀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등장하는 농민혁명군을 바퀴벌레처럼 비유했다는 설도 있고, '판초'와 '솜브레' 차림의 농민군이 바퀴벌레를 닮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유력한 이야기는 멕시코 혁명전쟁의 영웅 '판초 비야'가 죽여도 죽여도 살아나는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바퀴벌레와 같았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판초 비야'는 농민혁명군의 정신적 지주였습니다. 농민혁명을 주도하던 판초 비야를 멕시코인들은 '바퀴장군 판초 비야'라고 불렀던 것입니다. 그는 끝내 암살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역사에도 이런 장군이 있었습니다. 바로 '미완의 혁명' '쓰러진 혁명'으로 불리는 동학농민혁명을 이끌었던 '녹두장군 전봉준'이 그렇습니다.

'라쿠카라차'는 멕시코 농민혁명군의 노래이다 보니 그 내용이 사뭇 비장하면서도 해학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 노래를 너무 신나게만 불러 왔습니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괜히 조금 미안합니다.

지금까지 소개한 글은 천주교마산교구에서 발행하는 '카톨릭마산'에 실린 백남해 요한 보스코 신부의 글입니다. 필자가 내용을 조금 수정했습니다. 경남 창원에 있는 사파동성당의 미사에 참석했다 읽은 글입니다. 느끼는 것이 있어 옮겼습니다. 본국에서는 비장하고 엄숙하게 불리는 노래가 바다 건너 먼 이국에서는 그저 즐거움의 대상으로 경쾌하게 불릴 뿐이니 아이러니가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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