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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11.06 17:11:03
  • 최종수정2019.11.06 17:11:0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초등학교에서부터 일제의 자원 침탈을 위한 지질구조도를 가지고 교육을 받아온 우리는 일제가 물러가고 해방이 된지 7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제가 만든 산맥도를 사용하고 있으니 일본 사람들이 우리를 볼 때 얼마나 한심하고 업신여길 대상으로 보이겠는가· 한일 갈등이 심해질 때는 일본을 욕하면서 일제 청산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사그러지는 우리 국민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너무 가난해서 먹고 사는 일에 급급해서 일제 청산을 할 겨를이 없었다고 치더라도 이제는 정신을 차릴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산맥도가 조선의 지하자원 수탈을 목적으로 작성한 지질구조도라는 의미에서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산경도가 우리나라의 지형을 얼마나 잘 표현하고 있는지, 산경도가 산맥도보다 얼마나 정확하고 훌륭한지를 알아보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산경표>는 1980년에 인사동 한 고서책방에서 발견되어 일반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했고 그 가치가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2004년에는 <산경도>를 들고 산하를 누비던 '박성태'라는 사람이 <산경표>의 오류를 수정하고 자신의 견해를 추가하여 <신산경표>라는 책을 냈고 2010년에는 북한의 모든 산줄기를 포함한 완전한 산경표와 산경도를 작성하여 <신산경표> 개정증보판을 내기도 했다.

2019년에 <장수의 산하>라는 책을 낸 전북산악연맹 김정길 부회장은

"<산경도>를 들고 산하를 누비며 살펴보니 도로를 내거나 개발을 이유로 끊긴 산줄기가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왜곡되고 훼손된 곳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렸습니다. 오늘날의 위성사진보다 <산경도>가 더 정확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로 <산경도>가 산악인들 사이에 인기가 높으며 <산경도>의 정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산경도>를 근간으로 만든 스마트폰 앱이 개발되어 산악인들은 물론 약초나 버섯을 채취하는 사람들까지 애용할 정도로 <산경도>가 얼마나 우리의 산하를 잘 표현하고 있는지를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산경표>는 우리 산을 할아버지 산부터 아버지 산, 아들 산 등 족보식으로 너무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며 이를 지도로 그린 것이 <산경도>이다. 산경표 안에는 주맥의 개념으로 1대간, 1정간, 13정맥의 15개 산줄기로 분류하고, 그 산줄기에 백두대간 등 이름과 대간, 정간, 정맥으로 격을 부여하였고 그 산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산줄기들의 흐름을 기록하여 나라의 골격을 완성하였으며, 산과 고개 이름, 분기된 산줄기의 분기점과 흐름, 산줄기의 방향, 행정구역, 주요 지방과의 거리, 지명 유래와 지형 설명 등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지명의 어원을 밝히기 위한 지명 명명 유연성을 알아보는데도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책인 것이다.

산경표에 분류되는 산줄기는 땅과 물줄기를 이해할 수 있는 원리와 뜻을 담고 있다.

그 원리가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이다. '산은 스스로 분수령이 된다'는 의미로서 이것은 양쪽 물을 가르고 있다는 뜻이 포함된다. 산은 곧 양쪽 물줄기의 젖줄인 동시에 울타리이며 물줄기의 분수령인 것이다. 산에 올라서 볼 때 좌우 양쪽이 다 잘 내려다보이는 곳이 바로 능선이며, 능선 중에 가장 높은 곳을 산봉우리라 부르고, 가장 낮은 곳을 안부, 사람이 넘어 다니는 안부를 고개, 재라고 한다. 이렇게 산봉우리- 안부 – 봉우리 – 재(고개) – 봉우리 - 안부와 같이 길게 뻗어나간 지형을 그냥 '능선'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그 규모가 클 때는 산줄기라고 한다. 계곡이 끝나고 개울이나 내가 시작되는 곳은 물이 있고 농경지로 사용할 수 있기에 사람이 살기에 적합한 땅이 된다. 따라서 <산경도>를 보면 이런 지형에 사람들이 모여 살고, 길도 나 있는 사실을 알 수가 있으며 그 지형의 상태에 따라 지명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가 있는 것이다.

우리는 산경도에 나타나는 지리적 사실에서 '물길은 능선보다 낮은 곳에서 시작하며 물의 원천은 산'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즉 계곡에서, 강에서 하루 종일 흘러 다니는 물방울 하나하나는 모두 산에서 스며 나온 것들이므로 산을 이해하려면 강을 보면 된다는 사실과 강줄기를 분류하고 나면 산줄기는 저절로 나뉜다는 지리의 기본 원리를 알게 되니 산경표가 얼마나 귀중한 조상의 유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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