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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일요일 저녁,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습니다. 아래층 남자였습니다. 목욕탕에서 물이 새고 있으니 직접 와서 확인하라는 전갈이었습니다. 달려가 보니 정말로 물이 줄줄 새고 있더군요.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당시의 상황이었습니다. 일요일인데다 저녁이었고 필자 부부는 이튿날 아침이면 손주를 돌보러 먼 길을 떠나야 했습니다. 그 시각에 문을 연 수리업체가 있을 리 없었고, 더욱이 이튿날 아침 우리가 집을 비우기 전 달려와 줄 업자는 더더욱 구하기 힘든 형편이었습니다. 상황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집으로 올라와 우선 농장의 물건을 구입하느라 단골이 된 철물점의 주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일요일 저녁이지만 급한 상황이어서 어쩔 수 없이 전화를 걸었노라 정중히 양해를 구한 뒤 형편을 설명했습니다. 그는 대번에 자신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전문설비업자를 알아보라고 권하더군요. 난감했습니다. 하지만 맥을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인터넷을 검색해 이리저리 전화를 넣었습니다. 한결같이 난색을 표하더군요.

그러다 정말로 다행스럽게도 한 업자가 긍정적인 답을 주었습니다. 홈페이지까지 가진 보일러 명장이었습니다. 유명세가 있어 작은 일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것 같아 젖혀두었다가는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연락을 해 본 것인데 고맙게도 당일 저녁은 너무 늦었으니 이튿날 아침 일찍 방문해 현장을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그야말로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몰려드는 잡다한 생각으로 어수선한 밤을 지새운 이튿날 아침 그는 정말로 이른 시각에 방문해 주었습니다. 현장을 살피더니 일주일 정도의 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리더군요. 우리의 다급한 사정을 설명한 뒤 잠금장치를 맡기고는 공사를 부탁했습니다. 진행 상황은 전화를 이용해 수시로 주고받기로 했고요.

그러면서도 내심 걱정이 되었습니다. 이태 전, 필자가 소유한 농장의 허름한 건물을 철거할 때 보여준 철거업자의 시도 때도 없는 공사비 인상 때문이었습니다. 처음 약정했던 공사액수가 시간이 지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났던 것이지요. 필자가 보기에도 미처 고려되지 않은 철거물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장소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긴 했었습니다. 공사를 끝내고 나니 처음 계상했던 액수의 두 배 정도의 경비가 들어 입맛이 씁쓸했었습니다.

그런 기억이 다시금 파랗게 살아났던 것입니다. 때문에 업자로부터 전화만 오면 더럭 겁이 나곤 했습니다. 더욱이 명장이기에 유명세만큼의 프리미엄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실제로 현장을 자세히 살핀 업자는 아래층의 천장 수리에 필요한 추가 공사액수를 요구하더군요. 어쩔 수 없이 응하며 필자의 기우가 기우가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날 또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에도 하릴없이 불길함을 느끼며 전화를 받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공사를 진행해보니 가장 문제시되었던 방수처리가 완벽해 배수관만 손보면 끝날 간단한 공사라는 전갈이었습니다. 아래층의 천장만 보수하면 그다지 손볼 것이 없는 공사라는 것이었지요.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굳은 돈도 돈이지만 업자의 성실함이 더없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공사 시작 전 만난 업자의 외모가 믿음직스럽긴 했었습니다. 더욱이 형님이 사립중등학교의 교장선생님을 역임했다고 하여 조금의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었습니다.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는 믿음을 준, 세상에 이런 일도 생길 수 있다는 기쁨을 준, 참으로 양심적인 업자인 그 분은 청주시 용암동에서 '미주종합설비'를 운영하는 '김용곤' 사장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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