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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란

충북일보 미디어전략팀(충청북도 저출산 극복 사회연대회의)

'독박'은 혼자서 모두 뒤집어쓰거나 감당한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독박을 썼다는 이야기는 과거 불합리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나 간간이 사용되곤 했다.

몇 년 전부터 독박이란 단어가 자주 보인다.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것은 엄마들의 이야기에서다. 독박이 육아와 만나 '독박육아'라는 시대의 화두를 만들어 냈다. 한 포털에서 독박육아를 검색하면 무려 325만여 개의 검색 결과가 나온다. 시간 단위로 수 천 개씩 늘어난다. 저출산 시대에 참으로 찜찜한 유행어다.

사랑하는 자식을 돌보는 당연한 일이 엄마들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만들어서 낳은 것이 아닌데 아이가 세상에 나온 뒤에는 혼자 뒤집어쓰고 감당해야 한다는 불합리한 조건 때문일 것이다.

아이가 어릴 때 대다수 엄마는 기본적인 욕구를 해결할 수 없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두 가지인 식욕과 수면욕은 아이를 뱃속에 품었을 때부터 조금씩 침해당하기 시작한다.

입덧 등의 이유로 식욕을 충족시킬 수 없고 아이가 차츰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면 잠자리 또한 불편해진다. 직접 임신해보지 않은 아빠들은 상상할 수 없는 종류의 괴로움이다.

세상 가장 예쁜 아이가 눈앞에 나타나면 본격적으로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아이가 먹고 자는 것에 어느 정도 규칙이 생긴다는 (하지만 그마저도 누군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100일의 기적' 까지 적어도 삼 개월 동안은 철저히 참아야 한다. 자는 것과 먹는 것은 물론 배변까지도 아이의 눈치를 봐야 가능하다. 숨 쉬는 것 외에는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시기다.

전업주부나 맞벌이 여성들을 가릴 것 없이 엄마들은 이 기간에 혼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친다. 24시간 붙어있지 않은 아빠들은 겪어보지 못하고 물 흐르듯 흘려보낼 폭풍의 시기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한 번의 부부싸움도 없었다는 화목한 가정에서도 이 시기에는 큰 소리가 들리기 마련이다.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워서다.

많은 엄마가 기다리는 백일의 기적은 아이의 성장뿐 아니라 엄마의 성장이기도 하다. 조금씩 아이와 시간을 맞춰가며 서로에게 익숙해지는 과정이다. 그 성장 과정을 같이 하지 않으면 아빠는 자라지 못한다. 가족 구성원 중에 홀로 시간이 멈춰있는 것이다.

육아 경험자들의 조언도 새내기 엄마들에게는 그다지 힘이 되지 못한다. "지금이 좋을 때야"라는 위로가 많아서다. 배 속에 있을 때가, 아직 걷지 못할 때가, 옹알이하는 시기가 가장 좋을 때라고 말하는 일이 다반사다. 시간이 지나도 가벼워지지 않는 육아의 무게 때문이다.

저출산에 대한 고민은 가정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아이가 뒤집고, 기고, 서고, 걷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것은 흐뭇한 아빠 미소가 아니다. 주말에 한두 시간 놀아주는 것으로 제 역할을 다 했다고 여기는 뿌듯함은 안된다.

남성들의 육아휴직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선뜻 육아휴직을 선택하기 어려운 직종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독박육아의 괴로움을 호소하는 엄마들이 바라는 것은 대신 집에 들어앉아 아이를 봐주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마저 침해당한 아내를 이해하려는 공감의 자세다.

아이 키우는 일을 도와준다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육아를 담당해야 할 책임자이자 보호자임을 인지해야 한다.

갑자기 아파도, 무슨 일이 생겨도, 잠시도 아이 맡길 곳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것이 엄마들만의 고민이어서는 안 된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는 일이 육아의 전부가 아니다. 아이의 24시간을 공유하고 책임지는 동반자가 있어야 독박의 설움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가 독박육아에 있어서는 안된다. 적어도 육아에서만큼은 독박이라는 단어를 볼 수 없어야 한다. 육아는 당연히 함께하는 것이어야 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물며 아빠가 빠져서야 온전한 육아가 가능할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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