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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올해 들어 주중(週中)의 대부분을 큰아들 부부와 함께 생활하며 손녀를 돌보고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것이 2017년 11월 17일이니 이제 막 23개월이 되어갑니다. 지난 1월부터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13개월 때부터 함께 생활한 셈입니다. 아이의 부모가 개인생활은 거의 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다 보니 아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조부모와 함께 생활합니다.

손녀는 이제 고작 23개월 된 어린 아기이다 보니 매일 매일 새로운 모습을 보여 우리를 감동시킵니다. 아장아장 걷던 녀석이 어느 새 뛰어다닐 정도로 자랐습니다. 지난 몇 달을 돌아보면 정말 일취월장이라는 표현이 실감납니다. 우리를 깜짝깜짝 놀라게 한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아이는 할아버지인 필자를 유난히 따릅니다. 할아버지의 모습이 잠시만 안 보여도 "할아버지, 어딨어요·"를 찾으며 온 집안을 찾아 헤맵니다. 때문에 아들 집에 머무는 대부분의 시간이 아이와 찰싹 붙어 지내는 시간이 되기 마련입니다. 7월부터는 어린이집을 다니는데 우리 부부가 아이를 데리러 가면 할머니가 저만큼 앞서 있는데도 할머니를 피해 달려 나오며 할아버지의 품에 와락 안기곤 합니다. 필자가 손녀의 앞에서 팔불출이 될 수밖에 없는 여러 가지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어린이집을 나서 차에 오르면 할머니와 아이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밀고 당김을 연출합니다. 과자를 먹고 싶어 하는 아이와 군것질을 가능하면 제어하려는 할머니 사이의 다툼입니다. 할머니가 쉽게 과자를 내놓지 않을 낌새를 보이면 아이는 재빨리 작전을 바꾸어 "할머니 좋아, 시안도 좋아" 하고는 애교 작전을 펼칩니다. '시안'은 아이의 이름입니다. 이쯤 되면 아내는 어쩔 수 없이 꼭꼭 감추어 둔 과자를 꺼내기 마련이지요.

집에 돌아오면 아이는 동화책부터 집어 듭니다. 어린이집에 머무는 동안 굶주렸던 독서열을 과시하는 것입니다. 책을 읽어 주어야 할 시간이지요. 제 아빠가 어릴 적 보였던 과한 독서열을 아이도 그대로 보여줍니다. 멈춤 없이 여러 권을 읽은 뒤에야 다음 차례의 일정으로 넘어갑니다.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모래 놀이장에서 뒹굴었기에 몸을 씻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동요 부르기 시간이 됩니다. 목욕을 극히 싫어해 생떼를 쓰는 녀석을 달래려면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때문에 우리 부부는 오랜 세월 되뇌지 않아 녹이 슨 채 뇌리의 구석에 머물러 있던 갖가지 동요의 가사를 끌어내어 아이의 면전에서 쉼 없이 불러야 합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해진 가사이기에 시간이 날 때면 둘은 머리를 맞대고 휴대폰을 검색해 가사를 욉니다. 더욱이 동일한 노래가 반복되면 싫증을 내는 아이이기에 끊임없이 새로운 노래를 익혀야 합니다. 아이 덕분에 본의 아니게 치매 예방 교육을 받는 셈이지요.

가족들의 정성 때문일까요. 아이는 영특합니다. 또래에 비해 사용하는 어휘가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한번 들은 말은 잘 잊질 않습니다. 뷔페식당의 김이 오르는 밥을 보고는 아기답지 않게 "아유, 밥이 잘 됐네" 하여 좌중을 박장대소하게 만드는가 하면, 덜 마른 제 옷을 만지며 "아직 축축하네" 하여 어른들을 미소 짓게 합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서며 하늘을 바라보고는 "오늘은 하늘에 구름이 하나도 없네" 혼잣소리를 하는가 하면, 제가 찾아낸 어떤 사실을 두고는 "내가 발견했어" 하여 놀라움을 줍니다. 간혹 작은 심부름을 시키면 그것을 해내고는 제 가슴을 톡톡 치며 "똘똘해"라고 뇌어 가족 모두를 웃깁니다.

육아, 분명 어려운 분야입니다. 하지만 우리 부부에게 끝없는 즐거움을 주는 손녀의 재롱은 삶의 활력소이자 자랑거리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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