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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미국의 어느 전화 회사에서 골치 아픈 고객을 하나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걸핏하면 고객 상담실로 전화를 걸어 핏대를 세우며 시비를 걸곤 했지요. 요금이 지나치게 부과되었다고, 안내전화에 대한 응대가 늦다고, 계약서에 명시된 서비스가 엉망이라고, 수시로 시비를 걸었던 것입니다. 상담원이 자세하게 설명을 해 주면 해 줄수록 더욱 흥분할 뿐이었습니다. 상담원과의 말싸움에서 밀리면 아예 전화선을 뽑아버리기도 했고요. 그것에 그치지 않고 몇몇 신문의 독자란에 투고를 했는가 하면 법원에 고소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견디다 못한 회사는 능숙한 상담 전문가 한 명을 고용해 그 고객을 만나도록 했습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수시로 트집을 잡던 고객의 항의 전화가 뜸해지는가 싶더니 이윽고는 사라진 것입니다. 상담실 직원들은 그 이유가 궁금해 전문가를 초대해 비결을 물었습니다.

"비결이요· 글쎄요. 고객이 끊임없이 불만을 말할 때 그저 공손히 들었을 뿐입니다. 세 시간 이상을."

머리를 절레절레 내두를 정도로 골치 아픈 고객을 세 시간 이상 인내함으로써 어렵지 않게 해결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참을성을 강조하는 예화는 주변에 참으로 많습니다.

어떤 상인이 장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노스님과 함께 걷게 되었습니다. 적막한 산길을 말동무 삼아 걷던 노승이 말했습니다.

"이렇게 함께 길을 가는 것도 큰 인연이니 내 그대에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꼭 필요한 지혜를 한 가지 일러주리다. 참을 수 없을 만큼 화가 날 때에는 꼭 이 말을 생각한 후에 행동하시게.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화가 날 때는 반드시 이 말을 생각하시게. 그러면 큰 화를 면할 것이라오."​

​상인은 노승의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에는 밤이 깊었습니다. ​그런데 방문 앞에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하나는 아내의 신발, 다른 하나는 하얀​ 남자용 고무신이었습니다. 창호지에 구멍을 내고 들여다보니 ​아내는 까까머리 스님을 꼬옥 껴안은 채 잠들어 있었습니다. 상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뛰어나왔습니다. 막 방문을 들어서려는 순간, 노승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상인은 노승이 해준 말을 되뇌며 잠시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 소리에 ​아내가 깨어 밖으로 나왔습니다. 까까머리 스님도 뒤따라 나왔습니다.

"형부, 오랜만에 뵙습니다."

까까머리 스님은 바로 상인의 처제였던 것입니다. 상인은 칼을 내던지며 노승이 들려 준 말을 ​다시 한 번 뇌었습니다. '앞으로 세 걸음 걸으며 생각하고 뒤로 세 걸음 물러나 생각하라.'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혜서 '미드라쉬'에도 비슷한 교훈이 나옵니다. 유태인들에게 고난의 시절 버팀목이 되어 주었던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입니다.

어느 날, 다윗왕은 반지가 하나 갖고 싶었습니다. 해서 반지 세공사를 불러 그에게 말했습니다.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되, 내가 승리를 거두어도 교만하지 않도록 인도하고, 절망에 빠지더라도 용기를 내어 이겨낼 수 있는 글귀를 넣어라."

세공사는 반지를 만든 후, 어떤 글귀를 넣을지 계속 생각했지만 좀처럼 적절한 말이 떠오르질 않았습니다. 생각다 못해 다윗의 아들인 지혜의 왕 솔로몬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습니다. 솔로몬은 잠시 생각한 후 말했습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유태인들은 훗날 이 구절을 붙잡고 긍정의 힘으로 인내하며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잔혹했던 나치의 학살을 이겨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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