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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8.25 15:29:54
  • 최종수정2019.08.25 15:29:54

황인술

인문학당 아르케 교수

'오빠생각' 동요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이후 궁핍한 시절을 통과하면서 가슴 울렸던 동요이다. 필자 또한 '오빠생각' 동요를 하모니카로 연주하면서 청소년 시절을 보냈다.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우리 오빠 말 타고 서울 가시면/비단 구두 사가지고 오신다더니//기럭 기럭 기러기 북에서 오고/귀뚤 귀뚤 귀뚜라미 슬피 울건만/서울 가신 오빠는 소식도 없고/나뭇잎만 우수수 떨어집니다

최근 단톡방 필자 글에 여성 한 분이 "힘내세요! 오빠! 멋있당!"이라는 답 글에 '오빠생각' 동요를 들어보았다. 역시 가슴을 적시게 만드는 곡이다.

"21세기는 authority(權威)해체 시대이며 저자가 죽는 시대이다. 견고한 근대 방식을 흐물흐물하게 해체하는 시대, 10진법이 아니라 전기 신호로 작동되는 2진법 시대에 잘 어울리는 호칭 중 하나가 '오빠'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건조한 반도체와 같은 접속이 아니라 촉촉한 skinship이 있는 접촉이라는 내포된 의미를 갖고 있어 듣기 좋은 호칭이다"고 화답(和答)했다.

컴퓨터는 on/off라는 전기 신호로 작동되며, 이를 2진법 디지털이라 한다. 디지털 세상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가상공간을 실현시켰다.

가상공간은, 입말을 글말로, 인쇄매체를 디지털 미디어로 대체하여 hypertext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냈다. hypertext는 개별 정보들을 링크를 이용해 유기적으로 연결시킨 비연속, 비선형 체계로 구성된 전자 텍스트를 말한다.

hypertext를 생산하는 컴퓨터는 반도체로 만들어진 기계이다. 반도체는 사막에 있는 모래(규소)로 만든다. 즉, 사막(낙타)=모래=규소=반도체=건조함=현대사회=hypertext로 연결되는 사막상상력을 만들어낸다.

"hypertext라는 이상적 텍스트에서 네트워크들은 수적으로 많을 뿐만 아니라 서로 상호 작용하는데, 결코 그 중 하나가 여타의 것을 압도할 수 없다. 이러한 텍스트는 기표들의 은하이지 기의들의 구조가 아니다"고 바르트는 정의했다. 기표들 은하는 단순한 접속이지 접촉이 아니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접속을 접속, 이접, 통접으로 나눈다.

접속은 두 항(입과 숟가락. 입과 성기)이 결합되어 하나의 기계로 작동하는 것(식사-기계, 섹스-기계)이 되는 것이고, 이접은 배타적인 방식(이성이냐 동성이냐), 포함적인 방식(이성이든 동성이든)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결합되며, 통접은 이런저런 흐름이 결합하여 하나의 귀결(그리하여 그들은 변태가 되었다. 그 결과 그것은 소화 기관이 되었다)로 귀착된다고 봤다.

접속은 감흥이 없는 결합상태이다. 하지만 접촉은 감흥을 불러온다. 감흥은 맞붙어 닿아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서로 의논하는 교섭(交涉)이 이뤄져야 일어나는 감정 상태이다. 이 감흥을 skinship과 연결 지어 생각해볼 수 있다.

스킨십은 skin과 접미사 ship 합성어다. 접미사 ship은 friendship이나 relationship에서처럼 어떤 상태나 특질을 나타낸다. 스킨십은 '피부의 상호 접촉에 의한 애정 교류'로 신체 접촉, 즉 physical contact를 뜻한다.

필자는 다양한 호칭으로 불린다. 교수님, 선생님, 회장, 대표, 시인, 문학평론가 등등. 이런 호칭들은 어딘가 모르게 조금 어색하고 건조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디지털 세계에서 유통되는 건조한 접속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오빠"라는 호칭은 가족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물리적 피부접촉뿐 아니라 친밀한 관계, 또는 만남 자체를 가리키는 접촉이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왠지 편안하고 soft한 skinship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오빠생각'이라는 동요를 듣다보니 필자도 모르게 마음이 찡하면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오빠"라는 호칭과 접촉이라는 의미가 맞닿으니 skinship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오빠"라는 호칭이 간단한 호칭이 아님을 뜨거운 여름처럼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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