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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부여 부소산의 낙화암에서 산화한 삼천궁녀의 이야기나 진주 촉석루의 의암에서 왜장을 끌어안고 남강으로 뛰어든 논개의 이야기, 충주 탄금대를 배수진으로 왜군과의 혈투를 벌인 신립 장군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실제로 벌어진 역사이고 어떤 이야기가 꾸며진 허구인지 때때로 헷갈립니다.

삼천궁녀의 이야기는 '삼국유사'에 인용된 백제고기(百濟古記)에 근거합니다. 이 책에 의하면 '부여성의 북쪽 모퉁이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아래로는 강물이 흐르는데, 모든 후궁들이 굴욕을 면하지 못할 것을 알고는 차라리 죽을지언정 남의 손에 죽지는 않겠다고 하며, 서로 이끌고 이곳에 와서 강에 빠져 죽었으므로 이 바위를 타사암(墮死巖)이라 하였고, 후일 이 타사암이 낙화암으로 명칭이 변했다. 후궁 또한 궁녀로 와전되면서 이들 궁녀를 꽃에 비유하고 미화시켜 붙인 이름이 낙화암으로 보인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논개의 이야기는 임진왜란 직후에는 민간에서만 구전(口傳)으로 전해지다가 1620년경에 가서야 마침내 문헌에 기록되었다고 합니다. 그녀에 대해 처음으로 기록한 문헌은 '어우야담'인데, 지은이 유몽인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 미처 그 의로운 죽음이 기록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신분상의 문제로 나라로부터 보상 또한 받지 못한 논개에게 측은함을 느껴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자신의 문집에 실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반면, 충주 탄금대의 신립 장군 이야기는 역사서 '징비록'에 나타납니다. 1592년 4월 14일, 부산포에 상륙한 왜군은 채 보름이 지나지 않아 문경으로 진격해 왔습니다. 신립은 문경새재에서 적을 막자는 부하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탄금대 앞에 배수진을 쳤지요. 결국 조선의 최정예 부대를 거느렸던 신립은 왜장 가토 기요마사와 고니시 유키나가를 맞아 분전했으나 참패하였고, 천추의 한을 품은 채 남한강에 투신자살하고 말았습니다.

위의 세 가지 이야기 중 삼천궁녀와 논개의 이야기는 사실적인 근거가 남아있지 않아 설화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알려져 있다시피 역사가 오랜 민족일수록 많은 설화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반만년의 역사를 지닌 우리에게 많은 설화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설화의 발생은 자연적이고 집단적이며, 그 내용은 민족적이고 평민적이어서 그 겨레의 생활 감정과 풍습을 암시한다고 하는군요. 설화는 크게 나누면 신화 전설 민담의 세 가지로 하위분류되는데, 삼천궁녀의 이야기나 논개의 이야기는 성격상 세 영역에 조금씩 발을 들여놓은 형태이기 때문에 상위 개념인 설화로 분류하는 것이 무난할 것입니다.

각설하고, 필자가 삼천궁녀와 논개의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설화라고는 하지만 너무 허무맹랑한 부분을 지니고 있어 아쉽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당 이야기의 배경지를 가보면 이야기의 신빙성이 낮다는 것을 느낍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낙화암은 사람이 뛰어내릴만한 지리적인 특성을 지니지 못했습니다. 완만하게 경사진 언덕인데다 백마강과 낙화암의 거리가 너무 멀어 멀리뛰기에 천재적인 소질을 지닌 사람이 전력을 다해 뛰어도 도달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닙니다. 남강의 의암 근처 또한 바라보노라면 고개가 갸웃해집니다. 논개가 왜장을 안고 엉킨 채 뛰어내린다 하더라도 인근에서 경비를 서던 왜군이 뛰어들어 자신의 대장을 쉽게 구조할 수 있는 환경이기 때문입니다.

하긴 한국민속문학사전에 의하면 설화의 특징이 '사람들 사이에서 전승되어 온 일정한 줄거리를 가진 허구적인 이야기. 민간에서는 옛날이야기 혹은 고담(古譚), 야담(野譚)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 것'이므로 단군신화처럼 무조건 믿어야지 그 진위를 판단하려 한다면 우둔한 처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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