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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제천경찰서 정보보안과장

 얼음 띄운 오이냉채에 국수를 말아 간단하게 저녁식사를 마치고 후끈한 열대야를 피해 개울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본다.

 어린 시절의 고향은 대부분 청정지역으로 '반딧불이'라는 별들이 날아다녔다.

 어린애들은 이것을 잡아 호박꽃에 넣어 초롱불을 만들고 사정없이 꼬리를 떼어내 이마나 눈두덩에 붙여 도깨비놀이를 했다.

 더위에 지친 청춘들은 야음을 틈타 사내들은 마을 앞개울에서, 계집애들은 동네 우물가에는 멱 감으며 유쾌하게 깔깔대기도 했으며 교모(校帽)를 삐딱하게 쓴 뜨거운 심장은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순이에게 만년필로 눌러쓴 김소월의 시 한편을 어두운 밤의 힘을 빌려 전달하는 등 여름밤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밤이 부정함을 품고 있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어둠이 사람들에게 익명성을 보장해 평소 주저하던 비상식적 행동으로 파괴적 공격적 비도덕적 결과를 만들기도 한다.

 즉 익명성은 사람들을 대담하게 만들어 범죄와 연결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국고사에 모야무지(暮夜無知)라는 성어가 있다.

 "어두운 밤이어서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는 뜻으로 후한서(後漢書) 양진전(楊震傳)에서 유래한 말이다.

 후한(後漢) 때의 양진(楊震)은 가난했으나 학문이 높아 관서공자라 불렸다.

 오십이 넘어 형주 자사(刺史)로 있을 때 그의 은혜를 입은 왕밀(王密)이 한밤중에 그에게 황금 10근을 예물로 갖다 주었다. 이는 보답의 뜻과 앞으로 큰 은혜를 바라는 속셈이었다.

 양진이 예물을 거절하자 왕밀은 "밤이 매우 깊어서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양진은 화를 내며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너와 내가 아는데 어째서 아무도 모른다고 하는가"라고 꾸짖으며 그를 돌려보냈다 한다.

 양진은 높은 청렴성으로 어둠이 주는 익명성을 극복했다.

 얼마 전 우리경찰서는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경찰반부패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는 '버닝썬' 사건 등으로 실추된 경찰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로 전국 경찰이 시행하고 있는 과제 중 하나다.

 뼈를 깎고 가죽을 벗겨내는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반드시 이뤄 국민 앞에 깨끗하게 다가서기 위해 경계해야 할 것이 있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조직 내·외를 막론하고 반칙을 더욱 교묘하게 포장해 자기의 이해관계를 위해 왕밀과 같은 비겁한 유혹으로 밤을 틈타는 재주꾼들이 생겨날 수 있다는 것이다.

 명심하자. 네가 하려는 일, 그리고 어제 밤에 한일을 하늘과 땅과 너와 내가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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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