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이혜정

청주YWCA사무총장

 여성학자 정희진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성혐오 문화는 공기와 같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희진의 말대로 여성혐오 현상은 공기와 같이 너무도 자연스러워 불편함을 인지하지도 분석하지도 못했다. 가장 오래된 사회현상인 타자화된 여성존재, 성차별적인 문화와 언어를 여성혐오라고 명명하지도 못했다.

 김치녀 된장녀 등 언어를 통해 규정당하고 비하당하는 것에 대해 부담과 모순을 느꼈지만 거기에 맞설 언어를 가지고 있지 못했다.

 언어철학자 린 티렐에 따르면 우리의 언어적인 범주가 우리의 사회적인 범주를 반영하기 때문에 언어는 곧 정치적인 투쟁의 무대라고 말했다고 한다.

 혹자는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라고 항변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혐오발언은 여성과 남성 똑같은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게다.

 똑같은 말이라도 권력을 가진 자들의 말의 무게와 권력이 부재한 소수자들의 말의 무게는 다르다. 남성의 말과 여성의 말은 다르다.

 이제껏 남성들의 언어는 여성을 침묵하게 만들었다. 여성은 침묵당하는 존재였던 것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가 울면 3년간 재수가 없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 등 말하는 여성에 대한 속담이 공기처럼 자연스럽다.

 이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살기 위해 말을 포기한 인어공주의 이야기는 다름아닌 우리의 이야기인 것이다.

 침묵당하는 존재, 뒤웅박팔자로 규정하는 여성 존재를 담은 속담이 지독하게 자연스럽고 지독하게 성차별적이다.

 남성의 공간에서 평생 남성의 언어를 배워오고 익힌 여성, 우리들은 나의 세계를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허덕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부여된 작은 가능성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런데 자연스러웠던 그 공기가 달라졌다. '발언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인식하고 이제 여성 스스로 그 혐오의 굴레, 열등감의 굴레를 벗어나 말하기 시작한다. 여성 모두가 알고 있지만, 남성들은 인지 못한 현실을 여성의 언어로 말하고 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여전한 불편함을 드러내고 있다. 말하고 생각하고 설치고 여자가 싫다고 공공연하게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여성들의 언어가 너무 과격한 것 아니냐고, 짐짓 점잖게 이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수한 유혹과 무수한 꾸짖음에도 불구하고 여자의 말을 지켜내는 분투는 여성들의 삶을 지켜내고 함께 연대하기 위한 처절한 무기이다.

 여성들이 언어를 갖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극복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의 부당함을 알리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허무와 좌절의 언어가 아닌, 여성 삶에 가로놓인 참된 진실을 역설하는 언어이다.

 스스로 여자임을 부정하고 자기 혐오의 시대, 분열된 여자로 살아온 나는 여전히 고통스런 깨달음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내가 여자임을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타자성을 안으로 수납한 시기는 언제였을까? 사춘기를 지내고 20대의 육체를 거치면서, 늙어가는 육체에 조롱이 담긴 언어, 아줌마의 육체를 해석해 나가면서일까?

 나는 아직도 깊이 주입해 놓은 열등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어떻게든 숨어 있고 싶을 때도 있다.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나를 붙들고 있는 수동성의 여자가 유혹한다.

 그러나 냉소주의로 도피하지 못한다. 그 시절 비겁하지 않고 다른 차원으로 빠져나가는 스타게이트의 입구에 용기있게 서있는 선배 여성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 선배들의 분투, 참 고맙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