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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7.31 17:50:41
  • 최종수정2019.07.31 17:50:41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우리는 창씨개명(創氏改名)에 대해서는 많이 들어 왔고 또 잘 알고 있지만 창지개명(創地改名) 이라고 하면 매우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일제가 처음부터 창씨개명 정책을 쓴 것은 아니었다. 1910년 한일합방 직후 일부 친일파 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명을 일본식으로 고치려고 하자, 민족의 차별화에 바탕을 둔 지배질서 유지를 통치목표로 하고 있던 조선총독부는 이를 막기 위해 <조선인의 성명 개칭에 관한 건(1911년11월 1일 총독부령 제124호)>을 시행하여 1939년까지 조선인이 일본식 성씨를 쓰는 것을 금지해 왔었다.

그러나 일제는 중일전쟁으로 인한 전시 동원 체제에 조선인들의 자발적 동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내선일체가 강조되면서 급변하여 1939년 11월 10일 <조선민사령(제령 제19호)>을 개정하여 조선인에게도 일본식 성씨를 쓰는 것을 허용하였다. 그러나 1940년 5월까지 창씨 신고 가구수가 7.6%에 불과하자, 1940년 2월 11일부터 창씨개명을 하지 않는 조선인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는 등 반강제적인 방법으로 창씨 개명의 비율을 79.3%로 끌어올렸던 것이다.

이와같이 우리는 일제가 강제로 우리 민족이 수천년간 지켜 내려온 성을 바꾸고 일본식 이름으로 고치게 했다는 악랄함을 이야기하면서 치를 떨지만 사실은 이러한 창씨개명보다 더 악랄하고 무서운 것이 창지개명(創地改名)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창씨개명은 일본 내에서도 조선인과의 차별화를 깨뜨린다는 이유로 반대가 심하였지만 전쟁의 수행을 위해서 부득불 시행하게 되었다. 하지만 창지개명(創地改名)은 한일합방이전부터 민족 정기를 단절시켜서 조선 민족의 정체성과 민족 의식, 애국심의 뿌리를 차단함으로써 조선을 원활히 지배하기 위하여 치밀하고도 주도면밀하게 세워진 조선 식민지 지배 계획의 중요한 전략이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명이란 살아가는 땅의 역사이며 그 땅에서 자손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의 혼이 깃들여 있는 위대한 정신적인 유산이다. 따라서 지명 속에는 우리의 역사, 지리, 풍속, 신앙, 언어를 비롯하여 수천년을 이 땅에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꿈과 이상이 녹아 있는 것이다.

민족 정신을 말살하기 위하여 우리의 지명을 교묘하게 바꿔치기한 창지개명(創地改名)이 얼마나 우리 민족의 정신을 병들게 하고 있는지를 우리 국민들이 보다 일찍 깨달았어야 했다. 광복 70 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창지개명(創地改名)의 잔재를 청산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일이 얼마나 커다란 잘못인지를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 깊이 인식해야 한다.

그러면 일제의 창지개명(創地改名)은 어떻게 추진되었으며 무엇이 어떻게 변했을까·

일제는 을미개혁의 일환으로 1895년에 전국 8도를 23개 부로 재편성하고, 이듬해에 다시 전국을 23부제에서 다시 13도로 재편함으로써 1896년 행정구역은 총 13도 8부 1목 332군으로 개편되었다. 그러나 이 두 행정구역 조정은 군현간 통폐합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일제는 강점 후 만3년 4개월만인 1913년 12월 29일 <조선총독부령 제111호>로 전국적이고 대대적인 행정구역 개편안을 공포하고 1914년 4월 1일부로 시행함으로써 조선의 행정구역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개편의 방향은 식민 통치의 편의를 위해 거점도시 12부를 두는 것과 더불어 전국의 군을 통폐합함으로써 면적, 인구, 경제력의 규모를 조정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국의 군 수가 332읍에서 220읍으로 줄었다. 1914년 3월에 부. 군의 폐합을, 4월에는 면의 폐합을 통하여 역사성 있는 지명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지명들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우리나라 행정구역이 1914년에 군은 97개, 30.6%가 폐합되었고, 면은 1,834개 42.2%, 리, 동은 34,233개, 54.7%가 폐합됨으로써 전체적으로는 36,134개, 53.8%의 행정구역 명칭이 사라지게 됨으로써 수천년간 내려온 이 땅의 역사와 아름다운 우리의 언어, 조상들의 삶이 녹아 있던 지명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목숨 바쳐 지켜온 고향 마을, 정다운 이웃 그리고 그를 통하여 얻어지던 애향심과 애국심이 여지없이 부서진 것이다.

이와같이 지명에 남아있는 민족혼과 민족의 정체성을 빼앗기 위한 일련의 사업들이 이른바 창지개명(創地改名)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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