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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수녀님이 보내주신 글의 시작은 이랬습니다.

"한 가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좋은 물건을 아주 적은 마진으로 특별 판매하는 것이니 외면하지 마시고 꼭 한 세트씩 주문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글의 첫 문장을 보며 나는 '수녀님이 화장품을 팔아달라고 특별히 부탁하시는가 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의 내용을 읽는 순간 미소를 머금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간략한 제품 설명을 해 보면 이렇습니다. 주름이 생긴 이마에는 '상냥함' 이라는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이 크림은 주름을 없앨 뿐 아니라 기분까지 좋아지게 합니다. 입술에는 '침묵'이라는 고운 립스틱을 발라 보세요. 이 립스틱은 남을 험담하거나 원망하는 입술을 예쁘게 바로 잡아주는 효과가 있답니다. 맑고 예쁜 눈을 가지려면 '정직과 진실'이라는 아이 크림을 사용해 보세요. 최선의 효과를 얻으려면 어디를 가든지 이 아이 크림을 소지해야 합니다. 피부를 곱게 하고 싶으면 '미소'라는 로션을 바르면 되고요. 피부가 촉촉하고 부드러워지며 미소 짓는 하루로 인해 날마다 행복할 수 있답니다. 가장 이상적인 피부 영양제는 '성실'입니다. 아주 효능 좋은 피부 청결용 세안 비누는 '미안'이 최고라고 합니다. 아, 참, 가장 향기로운 향수로는 '용서'가 좋습니다. 분명 마음에 드실 거예요. 한 세트 꼭 구매해 주실 거죠· 품질은 제가 보증합니다. 날마다 사용하셔서 예쁘고 멋지고 향기 좋은 분들이 되시길 바랄게요."

글을 읽고 나자 저절로 '세상에 이런 화장품도 있구나. 나도 이런 화장품을 애용해야겠다'라는 마음이 생기더군요. 우리 모두 글 속의 화장품을 애용해 행복한 매일을 가지는 것이 어떨까요·

위의 이야기는 '수녀님의 카톡'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을 떠돌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내용이 실화인지는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아 이리저리 바쁘게 배달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이야기의 내용처럼 상냥함과 침묵, 정직과 진실, 미소, 성실, 미안, 용서로 무장한다면 이 사회는 정말로 건강하고 밝게 유지되지 않을까 싶군요. 불친절, 오만, 태만, 복수 등의 부정적인 단어는 당연히 사라질 테고요.

이번에는 이기주 님이 지은 책 '언어의 온도'에 나오는 이야기의 한 토막을 조금 재구성해 소개합니다.

일산에 있는 어느 병원에서 어머니가 수술을 받았습니다. 진료 과정은 다른 병원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의료진이 환자를 부르는 호칭이 다소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은 나이 지긋한 의사가 회진하러 병실에 들어왔는데 그는 팔순을 훌쩍 넘긴 환자들을 대하면서 "박 원사님" "김 여사님"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음, 이유가 뭘까· 왜 저렇게 부르는 걸까·' 궁금해서 물었습니다.

"환자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으시던데요·"

그의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환자의 환(患)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게다가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같은 호칭을 싫어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은퇴 전의 직함을 불러 드리고 있죠. 그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수녀님의 카톡'이라는 제목으로 세상을 떠돌고 있는 이야기나 일산의 어느 병원 의료진이 행하고 있다는 작은 배려는 언뜻 사소해 보이나 우리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소확행'을 자유롭게 더듬을 수 있도록 이끄는 마중물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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