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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준

청주시 흥덕구 민원지적과 주무관

조선 후기 문신 서유망이 성균관의 으뜸 자리인 태학장의(太學掌議)가 됐을 때의 일이다. 임금이 성균관 문묘의 공자 신위에 참배할 때 성균관에서의 의례는 태학장의가 책임지도록 정해 있었다. 이때 선열(先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하마비(下馬碑·그 앞을 지날 때에는 신분의 높고 낮음을 막론하고 누구나 타고 가던 말에서 내리라는 뜻을 새긴 석비(石碑)) 앞에 이르면 모두 타고 가던 말에서 내려 예의를 표해야 했다. 하마비 앞에서 백관이 모두 말에서 내리는데 어영대장(御營大將)의 말이 빨리 달리는 바람에 고삐를 제어하지 못해 하마비를 뛰어넘어 수십 보 안까지 들어갔다.

이에 서유망이 예에 의해서 그 마부를 잡아 가두니 어영대장이 책임을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다. 임금이 이 사실을 듣고 도승지 서유문에게 명했다.

"어영대장이 경솔하기는 했지만 대장이란 중대한 임무를 맡고 있는바 갑자기 길에서 다시 임명할 처지가 아니다. 그러니 네가 달려가서 유망을 타일러 그 마부를 석방하게 하고 어영대장으로 하여금 그대로 봉직(奉職)하게 하라."

서유문은 서유망과 사종 형제(四從兄弟·10촌의 먼 친척) 사이로, 임금의 간곡한 뜻을 서유망에게 전했으나 그는 듣지 않았다. "법에 따라 행한 일이거늘 어찌해서 다시 그것을 거두란 말이오."

이에 임금이 서유망의 구촌 삼촌인 서매수에게 다시 한 번 명했다. "경이 그를 위해 한 번 더 말하라."

"그는 신의 조카이온데 성질이 강직하고 또 예에 비춰 법을 지키고 있사온데 신이 어찌 감히 억지로 하겠습니까. 하오나 한 번 말은 해 보겠습니다." 서매수는 이렇게 답하고 서유망을 찾아가서 임금의 뜻을 다시 전했으나 서유망은 오히려 크게 노해서 말했다. "한 명의 태학장의가 법을 지키는 일 때문에 도승지와 대신이 자꾸 찾아와 법을 수행할 수가 없으니 청컨대 장의를 사직하겠습니다." 서매수는 깜짝 놀라서 그를 달랬다.

"내가 어찌 그대에게 강요하겠는가. 다만 내 마음속의 생각을 말하려는 것이다. 임금께서 성균관의 명륜당에 거동하셨는데 그대가 어찌 사직하겠는가."

서매수는 서유망이 사직하겠다고 하는 것을 만류하고 이 사실을 임금께 아뢰었다. 그러자 임금도 그의 절의를 높이 평가해 일을 법대로 처리하도록 했다. "내 서유망의 그 절의를 어찌할 수 없구나. 영의정으로 하여금 어영대장의 일을 보도록 해라."

위계질서가 있는 사회에서 일하다 보면 원칙에 맞지 않는 일인데도 윗사람의 의견에 맞춰 일을 처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유망은 이러한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윗사람에게 아첨하기 위해 자신의 올바른 행동을 거두느니 차라리 사직하려 했던 것이다. 또한 서유망의 행동을 대하는 임금의 자세 역시 되새겨볼 만하다.

'청렴(淸廉)'은 실천 어려운 덕목이다. 나태해 가는 마음을 다 잡고 습관처럼 청렴을 1가지씩 실천하는 공직자가 되도록 해야겠다. 습관이 된 청렴한 마음은 자연스레 행동으로 실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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