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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시인, 수필가

기다림도 감동의 일부라는 것을 알고부터 서두르지 않았다. 드디어 때를 맞춰 피웠다. 천변을 온통 핏빛으로 물들였다는 기별에 단숨에 달려갔다.

선홍빛 피바다. 꽃 양귀비를 보는 순간 '쑤욱' 마음을 베였다. 꽃에게 베이다니, 꽃이 사람 마음을 베이기도 할 줄 몰랐다. 좀 더 빨리 그녀를 만나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꽃 피는 봄날을 위해 아껴두길 잘한 것 같다. 천변을 들어서는데 꽃을 보는 순간 피가 온몸을 한 바퀴 빠르게 돌더니 온 몸이 장작불처럼 활활 타올랐다. 양귀비에게 가슴을 베인 남자들의 피가 저렇게 붉었을까. 세상 모든 남자의 눈을 멀게 한 절세미녀, 당 현종과 핏빛사랑을 나눈 그녀, 다가가니 더욱 요염한 자태의 양귀비가 수억 이다.

'수화(羞花)'는 양귀비가 꽃을 건드리자 부끄러움에 꽃잎을 접을 정도로 빼어난 미모였다. 이처럼 뛰어난 미모는 왕의 마음을 움직이고 이로 인해 한 나라를 살리기도 하고 망치기도 했다 고 해서 이것을 일컬어 경국지색이라고 한다.

양귀비는 당나라 현종의 비(妃)로, 절세미인에 총명하여 현종의 마음을 사로잡아 황후 이상의 권세를 누렸다. 당나라 태평성세를 구가했던 왕으로 칭송을 받았던 현종은 양귀비의 미모와 달콤한 유혹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결국 안녹산의 난으로 양귀비는 살해되고 자신은 왕권을 아들에게 양위하고 은거하는 신세가 되는 비운을 맞게 되었다.

세상에는 수많은 꽃들이 존재하지만 실존 인물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꽃은 양귀비 뿐 인 것 같다. 이 꽃이 양귀비의 실명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은 아름다움보다는 마약성에 그 뜻이 담겨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들의 외적인 아름다움에 내적인 수양과 함께 세상과 조화로운 삶을 살았더라면 역사는 바뀌었을 것이다. 꽃과 열매에 취해 비극을 자초하는 망국(亡國)의 꽃이 이기도 했다. 서서히 천변을 돌며 서성인다. 고단한 세상, 꽃이라도 닮고 싶은 마음에 천변에는 인파로 붐볐다.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향기를 맡으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꽃 양귀비를 만나고 있었다. 아름다움은 저 혼자만이 만들어 내지 못한다. 꽃피우기 위해서는 인간의 손길 뿐 아니라 푸른 하늘도 구름도 비와 바람도 새와 나비들도 인연이 되어 마침내 덕의 꽃을 피워낸다.

잠시라도 인생의 화양연화였던 청춘을 생각한다. 마음에 꽃이 피고 가슴 떨렸던 젊음시절,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나고, 굳이 치장하지 않아도 아름다웠던 시절이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보니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만 같다. 난향천리(蘭香千里) 인덕만리(人德萬里)란 말을 늘 마음속에 품고 산다. 난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덕은 만리를 간다는 말이다. 인간이 풍기는 인격의 향기야 말로 바람이 없어도 따뜻한 세상을 만들고 벌 나비가 없어도 좋은 열매를 맺는다. 꽃의 계절은 이미 지난 지금의 나이지만 자신에 색깔과 향기에 맞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 곧 아름다움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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