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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한국문인협회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문학'의 제일 뒤페이지를 보면 참으로 서글픈 내용이 나옵니다. '본지의 발행비는 매월 약 2,800만 원이 소요됩니다. 이 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원고료 지원금으로 약 266만 원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회원수가 1만 명이 넘는 문학단체가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고작 발행비의 10.5%에 불과합니다. 안 받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을 정도의 쥐꼬리 액수지요. 하지만 협회의 사정이 열악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그나마의 액수라도 감지덕지 여기며 받는 모양입니다. 그러한 사정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위와 같은 문안을 책의 말미에 넣는 것이겠지요.

필자는 월간문학 6월호에 단편소설 1편을 발표하고 그 원고료로 30만 원을 받았습니다. 세금이 공제되다 보니 실제 수령액은 그에 조금 못 미쳤습니다. 소설전문지인 '한국소설'에 작품을 발표해도 같은 액수입니다. 그것도 필자가 등단한 지 제법 오래되다 보니 조금 우대받는 경우랍니다.

남에게 밝히기 창피할 정도의 액수지요. 생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할 뿐 아니라 '가진 자'의 한 자리 술값에도 미치질 못합니다. 문인들의 사정이 그러한데 대전의 대덕구가 개그맨 김제동 씨에게 고액의 강연료를 지급하며 청소년 대상 토크 콘서트를 열려다 말썽이 일자 행사를 취소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절망했습니다.

더욱이 인접한 유성구가 1년 6개월 전에 불과 100만 원에 최고 스타 작가인 김훈 씨의 북 콘서트를 연 사실이 확인됨으로써, 두 콘서트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겠지만, 김훈 씨의 문화예술계 위상이나 명망, 강의 수준, 두 자치구의 재정 상태 등을 감안할 때 기가 막혔습니다. 당시 김 작가는 '희망을 노래하다'라는 주제로 총 65분간 행사를 진행했더군요.

김훈 씨가 누구입니까. '칼의 노래' '남한산성'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낸 스타 작가인데다, 기자로도 활동하면서 시대 상황과 사회 문제에도 깊게 천착해온 터여서 초청 비용이 만만치 않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유성구는 재정의 열악함을 호소해 일반적인 강의료의 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비용만 지급함으로써 "당대의 스타 작가께 결례하는 것 같아 정말 죄송했지만 작가님께서 흔쾌히 응해줘 감사했다"고 행사 소회를 전했더군요.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대덕구에 대한 언론의 비판은 더욱 거세졌습니다. 여기에 대한 변명이 또 재미있습니다. 구청장은 "강의료로 보면 많게 보일 수 있지만 공연으로 보면 과다한 지출은 아니다"라며 "당초보다 시간을 늘리고 가격도 깎은 것"이라고 설명했더군요. 그는 최근 한 일간지에 '내 인생의 책'으로 김제동 씨의 저서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하고 싶어요'를 꼽은 모양입니다. 그는 "이번 선정에 개인 취향이 반영된 것은 없다"며 "구민 여론을 반영해 김 씨를 선정했는데 일부에서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불상사가 벌어질 것 같아 취소를 결정했다"고 궁색하게 해명했더군요.

대덕구의 소식이 불씨가 되었을까요. 고액 강연료 지급 사례가, 잡아당긴 줄기에 매달린 감자 새끼들처럼 여러 곳에서 발견되더군요. 김포시는 '자치분권'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 그에게 1,300만원의 강연료를 지급했고, 아산시는 이순신 축제가 열린 무대에서 강연을 한 그에게 1,500만원을 지급했더군요. 논산시도 '사람이 사람에게'라는 주제로 육군훈련소에서 열린 '참여민주주의 실현 타운홀 미팅'에서 강연을 한 그에게 1,62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KBS마저도 그에게 무리한 출연료를 지급하는데 싶어 문인의 한 사람인 필자는 그저 서글픔을 곱씹는 수밖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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