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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선

단재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

 연수원의 봄이 화사하다. 담백한 미선나무꽃이 단재관 앞을 소담스레 밝히더니 단재둘레길에는 진달래꽃이 수줍게 미소지었다. 이윽고 봄볕에 반짝이던 사과나무꽃들이 벌들을 불러 모으더니 연둣빛 새잎과 더불어 철쭉이 한창이다. 당나라 백거이가 단재의 뜰에 초대받았다면 앵행도리(櫻杏桃梨)가 아니라 '미선나무, 진달래, 사과나무, 철쭉' 꽃들을 시 '춘풍(春風)'에 불러왔을 것이다.

 빛과 향이 다른 봄꽃들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속도는 우열이 아니고 고저가 아니다. 아이들의 성장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도 고유의 속도로 고유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어른들은 꽃망울을 잘 피우도록 그때그때 시의적절하게 도와줄 일이다. 이러한 꽃들의 가르침이 비단 아이들에게만 해당할까.

 연수원에서 만나는 선생님들도 조금씩 다르게 앞서거니 뒤서거니 꽃을 피우려 애쓰고 있었다. 시기별로 겪는 선생님들의 성장통… 젊은 선생님은 젊은 선생님대로, 중견 선생님은 중견 선생님대로 겪는 어려움이 있었다.

 교사들의 성장통을 돕는 방법이 있을까. 연수원은 성장과정별로 배움길 연수를 기획했다. 2~3년 정도의 신입기, 10년 미만의 성장기, 20년 미만의 심화기, 20년 이상의 원숙기로 구별하여 시기별로 목마르고 답답한 부분을 해소할 내용과 고민을 담기로 했다. 사전설문조사와 연수지원단회의를 거쳐 밤늦도록 연구사들이 모여 협의하고 토론하며 기획안 고치기를 몇 번. 토론수업과 프로젝트수업, 민주적인 학급운영, 평화로운 공동체를 위한 공감교실 등 다양한 교과목 선택으로 구성했다. 경력시기별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담아 정성들인 연수가 지난 겨울 처음으로 운영되었다. 반응은 최고였다. '지금 내게 필요한 연수', '새 학기가 기다려지는 연수',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는 연수'라는 소감이 이어졌다.

 선생님들도 같은 듯 다른 듯 어여쁜 봄꽃 같다. 피나는 노력 끝에 임용고사 합격의 기쁨으로 시작하는 신규교사, 아이들과 배움의 시간을 일구는 맛을 알아가는 2~3년차 젊은 선생님, 교사의 무게를 알아가는 10년 즈음의 선생님, 축적된 경험의 힘을 발휘하는 20년 이상의 선생님…. 교무실도 앵행도리(櫻杏桃梨)의 봄뜰이다.

 교사의 열정과 교육철학이 아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로 연수인 것이다. 미래의 꽃송이를 정성껏 키워내도록 연수원은 거름을 준비하는 것이리라.

 도덕경의 '상선약수'라는 구절을 좋아한다.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고 한다. 좋은 연수도 이와 같지 않을까. 연수가 선생님의 삶에, 학교에 조용히 스며들었으면 좋겠다. 물이 그 공을 다투지 않듯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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