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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중

전 단양교육장·소설가

박찬주 전 육군대장이 피눈물로 전한 전역사(轉役辭)가 화제입니다. 그는 '후배 장교 및 장성들에게 전하는 당부'에서 '지난 40년간 저에게는 지켜야 할 조국이 있고, 생사를 함께할 전우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늘 힘의 원천이자 행복의 근원이었다'며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정치가들이 평화를 외칠 때 전쟁을 준비하는 각오를 가져라. 군대의 매력을 증진시켜라. 정치지도자들에게 다양한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라'는 네 가지 당부를 남겼더군요.

그는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이유로 '정권이 능력을 상실하면 다른 정당에서 정권을 인수하면 되지만 군을 대신해 나라를 지켜줄 존재는 없다. 정치지도자들이 상대편의 선의(善意)를 믿더라도 군사지도자들은 선의나 설마를 믿지 말고 스스로의 능력과 태세를 믿을 수 있도록 대비해야 한다. 힘이 뒷받침되지 않은 평화는 진짜 평화가 아니며 전쟁을 각오하면 오히려 전쟁을 막을 수 있다'고 의미 있는 충고를 했습니다.

박찬주가 누구입니까. 40년 넘는 세월을 군에서 보내며 대장 계급장까지 달았는데, 재작년 7월 '군인권센터'라는 단체가 갑질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언론에 연일 대서특필되어 부인과 함께 국민의 공적(公敵)이 되었던 사람 아닙니까. 공관병에게 갖가지 가혹행위를 했다는 고발이었지요.

그는 즉각 전역 지원서를 제출했으나 수사 대상자라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육군 인사사령부 정책연수 발령을 받았습니다. 빠져나갈 길이 없었던 그는 국방부 헌병대 영창에서 사병들과 함께 3개월을 갇혀 지냈더군요. 그러다 대법원이 전역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비로소 일반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요.

그는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고, 지난 4월에 있었던 항소심에서 결국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 다만 부하 중령의 보직청탁을 들어준 것과 관련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벌금 400만원이 선고됐다는군요. 그의 사건을 요약하자면 '명분은 거창했고, 파장은 엄청났으나, 실체는 부실했다'는 것입니다. 그는 재판이 끝난 후 '국가권력에 의해 린치를 당한 기분'이라고 했더군요.

그의 사건은 촛불혁명을 발판삼아 등극한 신정부의 칼바람이 거셌던 시절에 불거졌지요. 그는 만고의 역적처럼 여론에 의해 낙인이 찍힌 뒤 수사대상이 되었습니다. 현역 대장으로서 구속되는 수모를 겪으며 창졸간에 '급전직하 인생추락'의 대표격이 되어 국방부의 지하 영창에서 3개월을 사병들과 나란히 갇혀 지내던 나날을 그는 '너무나 개탄스러워 견디기 힘들었다. 지구의 종말이 오기를 바란 적도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선조를 만나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졸지에 흰옷 입고 군마(軍馬)의 똥을 치우는 사병으로 백의종군하지 않았나. 건방진 말일지 모르나 그 분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알 것 같았다'고 술회했더군요.

그러면서 '건군 70주년 행사의 의도적인 축소, 계엄령 문건 파동, 육군과 육사 출신을 배제하는 기이한 인사 정책 등을 보면 군을 경시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위험한 일이다. 장성들은 모두 똥별이 됐다. 현역 대장의 명예를 보호해주지 못하고 이용하려는 분들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느냐'며 울분을 토했더군요.

돌이켜보면 그가 뒤집어쓴 것은 황당한 누명이었습니다. 그의 무죄선고를 두고 한 언론은 '도대체 뭘 위해서, 가장 큰 영예를 안아야 할 육군대장을, 대통령까지 가세해 그 지경으로 몰아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더군요. 무죄선고를 받았지만 그를 모욕과 수치의 수렁으로 몰아넣은 그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할 것입니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이 나라의 오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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