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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9.05.08 16:35:13
  • 최종수정2019.05.08 16:35:13

이상준

전 음성교육장, 수필가

낭성면 관정리의 자연지명으로 '활미'라는 곳이 있는데 주민들은 이곳을 활뫼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 활산(活山)으로 표기하는 것을 보면 '미, 뫼'는 '산(山)'의 의미임을 알 수가 있는데 산(山)을 수식하고 있는 '활'은 무슨 의미일까· 아마도 한자로 표기할 당시에도 '활'의 의미를 알 수가 없어서 음차를 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활'의 음으로만 보면 사냥과 전쟁의 무기인 '궁(弓)'이 연상되므로 지명에서 '궁'을 '활(弓)'과 연관짓고 있는 곳을 많이 찾아 볼 수가 있다.

옥천군 청성면의 궁촌리(弓村里)는 마을 뒷산이 활과 같이 생겼다고 하여 '활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고, 서울특별시 동대문구 전농동에 있던 궁촌도 활터마을이라고 불리었으며 조선시대에 활을 쏘던 활터가 있던 데서 마을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충남 보령시 궁촌동(弓村洞), 강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강원 원주시 문막읍 궁촌리 등이 활처럼 굽은 지형이라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궁촌 이외에도 궁터(宮基)라는 지명도 많이 나타나는데 '궁터'는 '관터'와 마찬가지로 '관청, 궁(대궐), 왕' 등과 연관지어 '궁(弓)'이 아닌 '궁(宮)'으로 표기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단양군 단성면 벌천리의 궁기동(宮基洞)은 궁터골이라고도 하는데 옛날에 공민왕의 피난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무사들이 궁술(弓術)을 연마하던 곳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보은군 수한면 장선리에는 궁터골, 활목재, 피난골이라는 자연지명이 있는데, 활목재는 궁터골에서 만든 활과 화살을 가지고 의병들이 이 고개에 진을 치고 왜적을 막았다고 하며 피난봉은 궁터골 서북쪽에 있는 산으로 임진왜란 때 조중봉 선생이 피난을 대비하여 가구를 아침이면 이 산으로 옮기게 하고 저녁이면 집으로 옮기도록 하였고 군사들이 활목재에서 왜적을 막아 싸웠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이 이 산에서 무사히 피난을 하였다고 하여 피난봉이라 부른다고 전해지는 등 지명 유래가 상호 연계되어 있다. 그밖에도 경북 문경시 농암면의 궁기리, 경북 구미시 도개면 궁기리, 세종특별자치시 장군면 용암리의 궁터골, 충남 당진시 신평면 남산리의 궁터, 경북 영덕군 달산면 흥기리의 궁터, 강원 삼척시 노곡면 상마읍리의 궁터, 경남 거제시 장목면 구영리의 궁터 등이 모두 '궁(宮)'과 연관짓고 있다.

그리고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궁터라는 마을은 지형이 활 궁(弓)자처럼 되어있다고 하여 "궁터"라 하였는데, 그 뒤 '궁(弓)'보다는 '궁(宮)'이 좋다고 하여 궁터(宮垈)라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조선조 17대 정조 16년(1792년) 이곳에 살던 공서린의 위패를 봉인한 사당에 궐리사(闕里祠)라는 현액을 내린 일이 있는데, 그로부터 "궐리(闕里)"라 부르게 되었고 현재 행정명이 오산시 궐동(闕洞)이 되는 등 '궁(弓)'이 '궁(宮)' 으로 그리고 '대궐(闕)'로 그 의미가 변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활'은 '궁(弓)'으로 표기되기도 하고, 한자의 동음이의 관계에 의하여 '궁'을 '활(弓)'이나 '대궐(弓)'로 해석하여 유래가 만들어진 예는 있지만 '궁'이 '활'로 변이된 지명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렇다면 '활'과 '궁'은 각각 그 어원을 달리하는 말에서 변이되어 온 것이 아니겠는가·

'관터'와 '궁터'가 모두 그 음에서 연상되는 의미에 따라 '관청이나 대궐이 있던 터'로 유래가 만들어지듯이 그 어원도 동일할 것으로 짐작이 된다. 즉 '관터'가 '굼안터→구안터→관터'와 같이 변이되었다고 본다면 '궁터'도 '굼터→궁터'로 변이된 것이 아닐까·

단양지역의 명산으로 손꼽히는 도락산 깊은 골짜기를 흘러내리는 궁기동(궁터골)은 발만 담가도 더위가 싹 가실만큼 시원해 더위를 식히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는 곳으로 깊은 산 속 골짜기에 위치하고 있으며, '굼(골짜기)'이 있다면 '굼안(굼의 안쪽)이 있는 것은 언어 구성으로 보아 자연스러운 것이다. 또한 단양의 궁터골에도 내궁기와 외궁기가 있는데 자연지명으로는 '굼안, 굼박'이라고 재구해볼 수 있을 것이므로 '궁'의 어원을 '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렇다면 '활미'에서 '활'의 어원은 무엇일까· '할미봉'이라는 지명이 '한(크다)+미(山)+봉(峰)'에서 변이된 것처럼 '한(크다)+미(山) → 할미 → 활미'의 과정을 추정할 수가 있는 것은 지명에서 '활'이 '미(山)'을 수식하는 예 이외에는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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